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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위탁자와 수탁자 중 누가 ‘토지등소유자’일까?

(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토지등소유자’란 정비사업구역 내에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한 자(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경우 토지 및 건축물을 소유한 자를 말한다)를 의미한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설립인가나 사업시행인가요건으로 규정된 정족수를 계산할 때 토지등소유자를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등소유자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하려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제28조 제7항). 구체적 계산방법과 관련하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다목 단서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구역 지정 후에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취득한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는 정비구역 지정 당시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를 토지등소유자의 수에 포함하여 산정하되, 이 경우 동의 여부는 이를 취득한 토지등소유자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말하는 토지등소유자는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그 지상권자’인데(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 가목), 사업구역 내 토지에 관하여 신탁등기가 되었을 때 위탁자와 수탁자 중 누구를 도시정비법 제28조 제7항의‘토지등소유자’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별도의 조합을 구성하지 않고 비교적 소수의 토지등소유자가 시행자가 되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사업추진을 위해 매입한 토지를 신탁하게 된다. 도시정비법의 규정만으로는 위탁자와 신탁자 중 누구를 기준으로 동의율을 계산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는데, 대상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된 위 쟁점에 관하여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일반 신탁법리와 달리 위탁자가 토지등소유자"

대법원은 수탁자가 아니라 위탁자를 토지등소유자 및 동의자 수에 포함하여 동의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신탁재산의 법률관계에 관한 종전 법리에는 반하는 결론이다. 신탁법에 의한 신탁재산은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귀속되며,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서 그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이기 때문이다(2013. 1. 24. 선고 2010두27998 판결 등).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비록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소유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에 관한 권리관계를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마찬가지로 취급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면서, 그 논거로 구 신탁법에서 신탁재산을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권리ㆍ의무관계를 규정하고 있었던 규정(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하여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었던 것,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정한 것 등)을 언급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토지등소유자의 법적 성격과 그 제도의 목적,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다목 단서의 의미와 그 입법취지,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부동산 신탁의 특수성 및 신탁재산에 관한 법률관계’ 등을 종합하면,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인가 처분의 요건인 사업시행자로서의 토지등소유자의 자격 및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일반적인 사법관계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따른 이익과 비용이 최종적으로는 위탁자에게 귀속되므로, 토지등소유자의 자격 및 동의자 수를 산정할 때에는 위탁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다. 도시정비법이 정한 동의율을 충족하여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신탁의 목적에 부합하고, 신탁은 토지등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추진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므로, 사업시행 및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절차에서는 위탁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해당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등의 행사 및 그 사업 시행에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5262 판결)


[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의 원고는 사업구역 내에 토지와 건물을 가지고 있었으나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본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수용재결이 완료된 사람으로서, 수탁자를 기준으로 동의율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업시행인가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에서는 사업진행에 반대하는 쪽에서 동의율 등을 문제 삼아 사업진행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고,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자주 발생했다. 대상판결로 최소한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는 동의율 계산 기준에 관한 논란이 어느 정도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안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다른 유형의 도시개발사업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대상판결이 다른 정비사업의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시행자의 기준이나 사업의 목적,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같은 결론이 내려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관한 하급심 사건에서는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가 자신의 소유토지를 신탁한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탁자가 도시정비법상 토지등소유자'라는 판단이 내려지기도 했었다(서울고등법원 2010. 12. 10. 선고 2010누957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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