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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법원조정가격을 시가로 보아 증여세 과세할 수 있나?

(조세금융신문=윤석범 세무사) 현행 상증법 제 35조에는 타인으로부터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수하거나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대가와 시가의 차액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면서, 특수관계자가 아닌 자 간의 거래에 있어서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 또는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수하거나 양도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한 증여세 과세 문제는 과세관청과 납세자간에 <시가의 범위>와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에 대한 견해 차이로 많은 분쟁이 생기고 있다.

법적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대가의 성질이 포함된 법원 조정결정 매매가액은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매매사례가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조심2015서1129(2015.06.03.)]

〈주식 거래 현황〉

【주식거래 배경】

〈거래1,2,3〉 : 양도인 B는 쟁점주식 발행법인의 주주이면서 별도의 부동산개발 사업을 영위하면서 미지급상태에 있는 사업용 토지 대금 조달을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하게 되었고, 청구인 A는 결제가 시급하다는 B의 미지급 토지대금을 결제하여 1차적으로 <거래1>이 이루어졌으며,  <거래2>와 <거래3>은 B 소유 21,600주 중 잔여주식 6,600주를 처분하면서 청구인 A와 청구外 C에게 <거래1>가격을 같이 적용함에 따라 <거래1, 2, 3>의 주당 매매단가가 동일하다.


〈거래 4〉 : 양도자 D는 쟁점주식 발행법인의 24%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법인의 배당정책, 임직원 급여수준 등 각종 경영정책에 대하여 많은 불만을 가지고 회사와 대표자 및 임원 등을 상대로 무리한 배당청구를 비롯한 각종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여 회사의 신뢰 손상과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당사자를 주주에서 배제시켜 회사의 정상화를 도모할 목적으로  법인의 대표자와 친분이 두터운 C에게 D의 주식을 인수하여 함께 회사를 경영해보자고 권유하였고, C가 이를 받아들여 양도자 D가 제소하여 진행 중에 있는 각종 쟁송 사건 등 일체의 분쟁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하는 법원조정금액으로 매매가 이루어진 거래이다.


【과세처분】
청구인A가 특수관계 없는 B로부터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거래1,2>에 대하여 법원조정으로 매매된 <거래4>의 가액을 시가로 하여 저가양수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심판결정 내용】

처분청이 제시하고 있는 매매사례가액은 법원 조정결정에 의한 가액으로 법적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대가의 성질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매매사례가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B가 청구인에게 쟁점주식을 저가로 양도하는 거래를 통하여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한다거나 나아가 자산의 저가매도를 통하여 청구인에게 어떠한 이익 등을 무상으로 이전할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아니한 점, 쟁점거래 하루 전에 B가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제3자 C 에게 청구인의 경우와 동일한 가액으로 양도한 거래사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이 쟁점주식을 저가로 양수하였다고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 이건 처분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된다.(인용)


【분석】

재산의 고·저가 거래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기위해서는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그와 같은 거래조건으로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사유를 제시해야! 

이 사건의 쟁점은 <거래4> 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쟁점거래가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먼저 <거래4>의 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제로서, 현행 상증세법 규정에서 「시가는 불특정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평가기준일 전 후 6개월(증여재산의 경우는 3개월, “평가기간”)이내에 매매 등(매매·감정·수용·경매 또는 공매)이 있는 경우에 그 가액을 시가에 포함되는 것」으로 하며, 이러한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증법 제60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 49조)


이 사건의 경우 평가기간 내에 2건의 매매사례가액이 존재하며, 이 경우에는 평가기간을 전 후하여 가장 가까운 날에 해당하는 가액을 시가로 보는 것이므로(상속증여세과-586,2013.10.28. 및 조심2011서2279,2011.10.7.등), <거래3>을 시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나, 처분청은 동 거래는 <거래4>를 시가로 본다면 쟁점거래와 마찬가지로 현저히 저가에 해당하는 거래라고 보아 이를 시가에서 배제하고 <거래4>를 시가로 보았다.


그러나 <거래4>는 주식대가 외에 다른 쟁송의 해소조건으로 성립된 법원조정금액이므로 불특정다수인간에 자유롭게 이루어진 거래가격으로 볼 수 없음에도 이를 매매사례가액에 의한 시가로 삼은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할 것이고, 설령 시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쟁점거래가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이 그러한 거래를 하였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기존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신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증여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 대하여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입법의 취지를 밝히고, 거래조건을 결정함에 있어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형성될 수 있는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아니할 만한 이유가 없으며, 거래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교섭이나 새로운 거래상대방의 물색이 가능함에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도 전혀 하지 아니한 채 자신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특정한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는 등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거래 당시의 상황에서 그와 같은 거래조건으로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당해 규정의 적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과세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과세처분의 적법성과 과세요건사실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으므로,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 있어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도 과세관청이 부담함이 원칙이고 과세관청이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거래 당시의 상황에서 그와 같은 거래조건으로는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정황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여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 그러한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증명된 경우에는 납세의무자가 거래경위, 거래조건의 결정이유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여 정상적인 거래로 보아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과세관청과 납세자의 관계에서 입증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대법원 2015.2.12. 선고 2013두24495 판결)


본 사건의 경우 <거래4>는 주식대가 外 다른 쟁송의 해소조건이 포함된 법원조정가격으로 불특정다수인간에 일반적으로 이루어진 거래가격으로 볼 수 없어 매매사례가액에 의한 시가로 삼을 수도 없고, 쟁점거래가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거래 당시의 상황에서 그와 같은 거래조건으로는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사유를 제시하지도 아니하고 쟁점거래를 저가로 재산을 양수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보아 청구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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