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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통한 편법 순환출자 금지 필요

(조세금융신문) 전통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관련된 갈등이슈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것과 일치돼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순환출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과 불허해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사외이사 유용론과 무용론이다.

이번 ‘롯데사태’는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갈등이 서로 혼재되어 있다.

필자는 지난 2014년도 국정감사에서 해외 상호출자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에 가졌던 문제의식은 해외 상호출자규제가 안 되는 점이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규제는 국내법인만 해당되기 때문에 신규 상호출자규제를 피하고자 해외법인을 우회해서 상호출자하면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노대래 위원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해외법인에게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할지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재수단이 없어 사실상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동안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 상호출자가 아닌, 신규 상호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법인을 악용하는 편법행위를 막는 법안을 준비해왔다.

그러던 중 시의적절하게 롯데그룹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적은 지분으로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상형 순환출자 재벌기업’인 롯데가 드디어 그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을 창출시킨다. 가공자본은 회사 자본이 실제보다 과대계상된 것을 두고 실제 자본력을 초과하는 부분을 말한다. 지배주주들은 실제 출자한 지분 이상으로 기업을 지배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나는 캐시카우(CashCow, 수익창출원) 역할은 하지만 현금지분이 많은 기업으로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또 다른 것은 가공자본으로 인해 경영권이 과보호되어 경영실패에 대한 시장의 견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연쇄적으로 계열사가 무너지는 경우가 이러한 사례이다.

물론 롯데그룹의 상호출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신규 상호출자를 규제하기로 하고 기존상호출자를 자율적으로 해소하기로 한 시점에도 이미 약 9만1천여 건에 이르는 순환출자 연결고리가 있었다. 이후 많은 부분이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롯데그룹은 국내 순환출자 459건 가운데 416건인 90.6%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미줄 방사형 순환출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번 사태 이후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을 ‘롯데쇼핑’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최정점에는 비상장회사인 ‘호텔롯데’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마저도 언론에 많이 등장한 것과 같이 일본의 ‘광윤사’와 ‘롯데 홀딩스’, ‘L투자회사’ 등이 모회사로 밝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검찰이라던 공정위가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8월 7일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앞으로 시행되면, 국내 법인으로 한정되던 신규 상호출자 규제범위가 외국법인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정부가 외국법인인 계열사에 대한 주식 취득 또는 소유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을 비롯해 혹시나 이제까지 해외법인을 통해 편법 순환출자를 했던 기업이 있었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재벌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개혁’은 ‘재벌규제 확대’와 동의어가 아니다. 현재의 재벌들이 행하는 지배방식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개선하고, 소위 꼼수는 규제해야 한다.

또한 이제 우리나라도 가족, 총수 일가 중심의 기업 경영이 아닌, 검증받은 경영 능력을 갖춘 경영인을 통한 기업경영이 필요하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국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여 깨끗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나아가 재벌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고용창출,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산적한 갈등 속에서 대승적인 사회공헌이 필요한 시기다.

경제민주화는 멀리 있지 않다. 재벌로 대표되는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재조정하는 것이다.

특히 해외 순환출자라는 구조로, 일감몰아주기라는 방식으로 벌어지는 부의 집중을 막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첫 발걸음이다.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닌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합리적 수준에서의 규제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해나가는 공정위의 모습을 기대한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17, 18, 19대 새정치민주연합 인천 계양구갑 국회의원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국회 지속가능경제 연구회 회장
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해병대 중위(58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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