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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탈출과 생존 전략(上)

저성장의 돌파구, 일본에서 찾자!

(조세금융신문)저성장의 공포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3%였다. 지난해 2분기(0.5%) 이후 5분기 연속 0%대다. 심각한 것은 수출도 내수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이코노믹스와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달 한국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와 2.1%로 제시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1%대에 가깝게 내려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종전보다 0.2%포인트, 내년 전망치는 2.2%로 종전보다 1%포인트씩 내렸다. 


 이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IB) 29곳이 제시한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6.9%(8월19일기준)다. IB들의 분석대로라면 중국은 2009년 1분기(6.2%)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러한 영향의 여파로 한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6년3개월 만에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6%대로 하락할 것이란 게 기정사실화되면서 수출이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총 수출액또한 전년 동월 대비 14.7%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원인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 체질이 나빠진 탓이 더 크다.
올해들어 가뭄과 메르스라는 일시적 요인도 있었지만, 수출 부진마저 겹쳐 성장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선 저성장이 되면  노동수요가 크지않아  일자리 창출이 부진해져 고용 시장이 활력을 잃게 되며, 실업이 확대되고 유휴노동인력이 많아지게 되면 가계 소득도 악화되게 된다. 그리고 가계소득 악화는 민간소비 침체로 이어져 다시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또한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이 줄어들면서 국가조세 수입이 감소하는 반면, 고령화, 양극화, 실업 등으로 복지수요가 증대되면서 정부 지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도 실시하기 어려우며 ,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부담으로 재정정책도  제약되고, 저금리로 인해 적극적인 통화정책 수행도 어렵게 된다. 이러한 배경 아래 저성장에 대한 탈출과 생존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을 경험한 일본을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답을 찾고자 한다.

일본의 장기침체의 원인이 되었던 많은 문제점들이 우리경제에서도 목격되고 있어 일본의 정책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저성장기의 일본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경제는 1955년부터 1990년 까지 35년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성장기를 구가했다.

1973년 오일 쇼크 전까지는 연평균 10%에 가까운 초고속 성장을 이룩했지만 1980년대와  1990년에는 4%대 성장으로 하락하더니 1990년 이후에는 제로 성장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버블이 붕괴된  1990년  이후부터는 20년 이상 저성장을 경험하는데 이 기간을 두고 ‘잃어버린 20년’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일본의 버블 경제에 대한 교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어떻게 일본은 전후 역사상 유례 없는 고성장기를 구가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철의  삼각편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잘 움직여 주었기 때문이다. 전후 일본에서 경제성장의 주체는 관료였다. 관료와 함께  전후 일본의 정치가들은 경제기반 자체를 튼튼히했다. 일본이 철의 삼각편대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해나가는 데 보호막 역할을  한 게 바로 미국이었다.


40년 가까이 일본에 관용적이였던 미국이 1980년대에 들어서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소련과의 이데올로기 대결로 많은 국방비를 부담한데다  레이건 정부 시절에는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커졌다.  더구나 국내 소비자들의 과잉소비와  제조업의 몰락 등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적자(Twin Deficit)에  빠져들게 됐다. 
 

일본이 미국 제조업 몰락에 빌미를 줌으로써 80년대 들어 일본 정부에 수출 자제를 촉구함과 동시에 일본에 내수시장을 적극 개방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일본의 엔화 환율이 1달러당 250엔에서 140엔으로 급락했다.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에 이어 87년 2월에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내수 경기 부양을 결의한 루브르 합의(Louvre Accord)를  미국이 이끌어냈다.

일본 정부는 엔화 절상으로 수출이 막힐 것으로 보고 내수 진작을 위해 포괄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풀어놓은 돈과 수출 기업이 계속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함께 몰리면서 일본 국내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이른바 버블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버블 전후의 주식과 부동산의 가격 변화를 보면 1985년 전후를 시작으로 주식은 5배(492%)나 급상승했다. 또한 부동산 가격도 4배 가까이(355%) 상승했다.


일본의 장기침체 촉발원인과 정책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면 플라자 합의 이후 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장기침체의 빌미와 시발점으로 작용 하는데 플라자 합의대로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에 수출자제를 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일본의 엔화 환율이 급락 (250엔→140엔/1달러)했다.
 

갑작스런 엔화 절상에 일본 경제는 급속히 불황에 빠져들었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일본은행은 잇달아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플라자 합의 이후에 찾아온 엔화강세와 경기 침체에 대한 정부의
과잉반응과 저금리 정책으로 촉발된 버블에 대한 판단 착오, 그리고 잘못된 금융정책이 장기침체를 촉발시켰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 원인도 현상 지속적인 엔화 강세에서 엿볼수 있는데 이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와 해외자산 수익이 국내로 유입됨으로 엔화가 지속적으로 강세현상을 보임에 따라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위기 때마다 엔화에 대한 수요 증가로 엔고 현상 발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됐다.


한편, 인구구조 변화와 공급기반이 급격도로 약화된 점이다. 노동시간  감소와 총요소생산성의 하락은 일본의 장기침체의 근본원인으로 평가된다. 달리 말하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노인부양 비용도 빠르게 증가해 경기둔화와 소비부진 그리고 재정적자가 확대됐다는 얘기다.


일본의 총 요소 생산성은 1990년 이후 급속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3.3%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였으나 1990년 이후 현재는 0.7% 수준에 머물고있다. 특히 노동생산성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폭 하락해 그 뒤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다.


버블붕괴를 전후해서 일본 정부는 3가지 큰 실수를 저질게 되는데 먼저, 플라자 합의를 전후해서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너무 과도하게 자금을 풀어 버블을 발생시킨 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주식과 부동산이 과열될 때 골든 타임을 놓치고 과열상태를 방치한 게 두 번째 잘못이었다. 

세번째 잘못은 과열된 버블을 진정시킬 때에도 버블을 서서히 식혀가면서 경제를 안착시켰어야 하는데 갑자기, 그것도 너무 강력히 긴축을 단행하는 바람에 버블이 터지면서 경제가 급속히 냉각되어 버렸다.


일본 정부의  실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부실채권을 처리할 시기도 놓침으로 급기야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의 시사점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내수 부진이 구조적인  현상으로 정착되어 왔고 수출 성장을 주도하는 경제 구도를 지니고 있어 대외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같이 빠른 저출산 고령화로 절대 노동공급이 감소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일본 처럼 공급기반이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9월 16일에  '저성장 탈출을 위한 우리의 승부수' 기사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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