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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탈출과 생존 전략(下)

저성장 탈출을 위한 우리의 승부수

(조세금융신문)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기를 겪었던 일본의 경험과 실패를 곱씹어보면 저성장을 극복할 수있는 방안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자는 말이다.


첫째로 일본 기업과 정책의 실패로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위기대응 능력을 갖추자는 점이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던  일본에서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고수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리더의 치명적인 오판으로 몰락했으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거액의 적자를 보았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닛산…… ‘전자 왕국’이라 불리던 일본 굴지의 기업들도 저성장기에는 손 쓸 도리 없이 무너지거나 적자로 고통스러워했다. 일본식 경영이라 자랑하던 방식을 모두 버리고, 일본 기업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계열유통망도 과감히 폐기하는 혁신을 실천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60년대와 70년대,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30년간 일본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이 기간이 ‘일본의 세기’로 불리워 졌고 일본 기업들은 ‘Japan As No.1'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의 경영 특징들은 ’일본식 경영‘으로 이론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에 발생한 일본 경제의 버블도 사실은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자 강제로 환율을 배로 절상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일본기업들은 수출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을 오판한 일본의 정치가와 관료들의 실수로 말미암아 버블이 발생하고 또한 붕괴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버블 붕괴 뒤에도 자신만만했다. 오히려 경제 운용을 잘못한 정치가와 관료를 탓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시대의 흐름을 놓친 것은 일본의 기업들이었다. 저성장기 내내 일본 기업들에게는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 라는 뼈아픈 격언이 유행했다. 또한 상대를 과하게 칭찬함으로써 몰락시켜버린다는 ‘호메 고로시’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기업은 과거의 영광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오히려 다가오는 변화에 적응하면서 나아가야 기업은 생존할 수 있다.
 

과거의 지나친 성공 속에 많은 실패를 거듭한 일본 기업들에게 이 사실은 뼈아픈 교훈이었다. 한마디로 가장 안전한 때가 가장 위험한 때이고 가장 위험한 때가 가장 안전한 때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의 실패를 교과서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둘째로 슬림화와 동기화를 배우자
 

도요타는 잃어버린 20년간  생존하며 일본의 간판기업으로 등극한 기업이다.  도요타는 원가절감하면 도요타가 떠오를 정도로 세계 최고의 원가절감 기업이다. 그래서 도요타는 ‘마른 수건도 또 짜는 회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도요타의 원가절감 노력은 우선 생산 공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소수 모델차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너럴모터스나 포드와 경쟁하기위해 차종을 조금씩 생산하는 상반된 전략을 취했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생산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은 여러모델을 조금씩 생산하다보니 원가가 많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혼류방식이다. 이것은 컨베이어벨트 위에 여러모델을 동시에 올려놓고 생산하는 방식이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요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사람의 작업자가 여러 공정을 맡게끔 했다.  헤드라이트를 달면서 동시에 옆에 있는 경음기도 함께 달게 했다.


소위 다(多) 공정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더욱 높인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갖춘 도요타도 불황기에는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아무리 생산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였더라도 완성된 자동차가 안 팔리면 회사는 망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요타는 영업 부문의 생산성 향상에 매진했다. 영업 부문에서 생산성을 최대로 향상하는 방법은 체계적으로 고객을 획득하고 한 번 잡은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드는 일이다.
 

도요타는 영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영업체계를 풀 서비스 시스템으로  완전히 새롭게 개편했다. 풀 서비스 시스템이란 한 번 잡은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신차 판매뿐만 아니라 차량 정비, 보험, 리스, 중고차 거래와 같이 차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영업 담당자가 처리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도요타는 한 번 잡은 고객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 고객들을 잘 관리함으로써 수요 예측과 수요 조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도요타는 재고 판매가 아니라 주문 판매로 비즈니스 흐름을 바꿨다.
 

도요타의 이러한 원가 혁명은 기업의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각 부문을 철저히 슬림화하는 것이었다. 부품의 구매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낭비나 비 효율을 철저히 없애는 것이다. 또한 도요타는 자기회사 뿐만 아니라 1차, 2차 협력회사나 물류회사, 딜러 판매점에 까지 철저히 관여해 원가를 절감했다.

 

셋째로 저 출산 해소가 시급한 당면과제다

 

일본이 저성장기에 돌입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였다.
이점에 비춰보면 우리나라도 인구 절벽에 대비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의 성장 엔진은 꺼져가는 데 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킬 주체인 기업인과 관료, 특히
정치가들은 기능부전에 빠져있다. 그것도 좀처럼 빠져나올 것 같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인구 절벽이 도래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 헤리 덴트(Harry Dent)는 미국의 노동통계국이 해마다 발표하는 소비자  지출조사를 근거로 하나의 법칙을 발견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46세가 되는 때에 가구 소비지출이 정점을 찍은 뒤 47세 때부터 소비지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발견한 것이다. 헤리 덴트는 이것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한국에는 2018년에 인구 절벽이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인구절벽이란  한 세대의 소비가 정점을 찍고 감소해 다음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등장할 때까지 경제가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에서 출산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가 1971년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자녀들을 다 키우고 소비 지출이 정점에 달할 때는 47년 뒤인  2018년 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은 일본의 사례와도 거의 일치한다. 일본은 1955년에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 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한 뒤 1996년부터 모든 소매 매출액이 줄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저성장기에  돌입했다.
 

이 추세를 한국에 적용해보면 , 학자들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에 3700만명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한국의 모든 소매 매출액이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도 저성장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헤리 덴트의 예측과 1년의 차이가 있지만 매우 유사하다.
 
한국이 인구 절벽을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하나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현재 1.2명에 지나지 않은 한국의 출산율을 2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유리천장이 조금씩 없어지면서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여성들이 자녀 출산을 늘린다는 것은 좀처럼 하기 힘든 선택이다.
 

더구나 사회진출로 경제력이 뒷받침되자 결혼을  회피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데다 결혼을
하더라도 양육이나 교육 등의 문제로 말미암아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마저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출산율을 높이기란 대단히 어렵다.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있다.
현재도 국제결혼 등을 통해 다문화 가정이 꾸준히 늘고는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 부적응 등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남은 방법이 남북통일이다. 통일을 통해 인구 유입을 늘리거나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인구절벽 이전에는 통일이 한국에 부담이었다.  한국의 경제가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일을 하게 되면 통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저성장 탈출의 숨은 통로가 있다고도 한다.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인프라 건설 시장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북한당국이 20여개나 지정해놓고 진전시키지 못한 경제특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중국의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 (AIIB) 설립계기로 북한에 우리기업 진출로 인프라 투자기회를 활용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지금, 다가올 본격적 저성장기를 다시금 도약할 기회로 삼을지 우후죽순 몰락하는 패자 중 하나가 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 이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가? 대한민국호가 주저앉지 않으려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끝으로 산업화시대에 발휘했던 잠재력 “우리는 할 수 있다”와 IMF 위기때 보여주었던 뭉치는 힘과 협력정신만 회복할 수 있다면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의 미래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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