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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복의 세계경제 Story] 세관의 청렴성, 아루샤 선언

 

(조세금융신문=이대복 한국 FTA 원산지연구회 이사장) 세관은 무역원활화, 조세징수, 국가 사회 보호 및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세관의 청렴성이 결여되면 무역 및 투자 기회가 왜곡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화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의 복지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청렴성은 세관이 기능을 올바로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1980년대 말부터 세계 무역업계의 관심이 세관직원의 전문성과 청렴성 제고에 모아지면서 세관원의 청렴성은 WCO 의 주요 관심 의제에 포함되게 되었다.

 

아루샤 선언(The Arusha Declaration on Customs Integrity) 은 178개 회원국가로 구성된 세계관세기구(WCO)가 1993년에 채택하였고 2003년에 개정한 것으로 비록 회원국에 대한 구속력은 없으나 세관공무원의 청렴성을 제고하고 세관행정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기본원칙들을 담고 있다.

 

마침, 개정된 아루사 선언 1년 후(2004년) 새로 부임하신 관세청장이 관세청 감사관실에 들러 ‘앞으로 감사관실은 사인검(死人劍)이 되지 말고 활인검(活人劍)이 되라’는 지시에 따라 관세청은 자체 청렴성제고 프로그램(* 일명 SHIPS)을 작성하여 시행하였고, 당시 ‘부패방지위원회’에서 50여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모범사례로 이 프로그램을 발표도 하였다.

 

SHIPS는 청렴성 제고를 위한 Software(교육, 업무/절차개선 등), Hardware(자동화, 근무환경개선 등), Infrastructure( 감사 및 조사 기능), Program(계획의 지속적 실천) System의 두음약어(Acronym) 이다.

 

아루샤 선언상의 10가지 주요 청렴성제고 방안을 포함한 SHIPS 의 주요 내용은 당시로서는 과거의 방식인 반부패의 구호를 제창하고 개개인의 의지와 가치관에 의존하는 윤리교육, 정신교육등을 뛰어 넘어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실제적인 구체적 실천계획, 방법등을 제시하여 시스템적/직장문화적으로 자연스레 실천되도록 하여 효과가 컸으므로, 다른 조직에도 청렴성 제고의 귀감이 될 거로 생각하여 그 주요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1. 기관장/세관장의 리더십과 헌신이 중요하다. 세관 관리자는 청렴성에 대한 명확하고 명백한 초점을 보여야 하며 행동 강령의 내용과 일치하는 모범을 보여야한다.

 

2. 과도한 부담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세법령, 규정, 고시 및 훈령, 관리 지침 및 절차가 복잡하지 아니하고 최대한 단순화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중복규정은 줄이고, 예외 규정은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협약, 수용된 표준은 반드시 채택,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3. 세관 고객(수출입 기업등)이 세관을 상대할 때 높은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관세법, 규정, 절차 및 관리 지침은 공개되고, 쉽게 접근 가능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 미국 관세행정에서는 이를 Informed Compliance 라 부른다).

 

고객이 세관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행정적, 사법적 구제절차가 잘 작동되고 있어야 한다.

 

4. 세관 기능의 자동화/전산화는 세관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부패를 제거할 수 있다. 자동화는 또한 신뢰수준을 높이고 행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사후 이를 검토 할 수 있는 감사를 가능하게 한다(*민원업무의 자동화/전산화에 의하여 소위 급행료 등의 부조리, 부패가 사라진 것을 우리는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였을 것이다).

 

5. 부패는 사회 전체에 무임승차자(Free rider)를 좀비처럼 양산하여 국가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좀 먹고 비효율적인 관행이 오래 되도록 놔두게 된다. 개선과 현대화된 청렴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종전의 청렴 교육 교재상 첫머리를 차지했던 공자도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뜬구름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는 윤리적 정신적 강제적 이념교육 내용들 보다는, 구체적 사례들을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는 사회전체의 비효율, 국가예산 낭비, 사회적 손실들의 사례 교육을 중시하였다.

 

교량건설에 들어가는 나사를 납품 받음에 있어 건설 현장 소장이 지연,혈연,학연 등에 영향을 받던가 뒷돈을 받고 선량한 우수업체를 제치고, 불량 나사를 납품 받아서 한강대교가 무너진다고 가정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민, 학생들의 사망, 교각 붕괴등으로 인한 국가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손실등을 분석하고 경제적 측면에서 청렴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6. 실제 외국 세관은 반부패/청렴성 제고를 위하여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선진화된 기법, 제도가 있다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행정안전부와 협의하여 선진 세관당국의 청렴성 제고 프로그램을 조사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는데, 내부적으로 큰 반대에 부딪쳤다.

 

그런 목적이라면 부패 사례가 비일비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진국, 예를 들면 당시에는 중국이나 태국 등으로 연수/조사를 가야지, 개개인의 청렴성이 높은 수준인 선진국에 가면 배울 제도나 시스템이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사관실 T/F 팀이 해외연수 후 보고한 바에 의하면, 선진국 세관 공무원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청렴한 줄 알고 갔더니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invisible) 촘촘한 감시망 및 제도에 의하여 조금이라도 청렴하지 않으면 즉시 적발되고, 조직에서 도태되도록 어마 무시한 내부 통제 시스템, 감찰/감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는 것이 그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선진국세관 공무원도 한국 세관 공무원도 청렴의식 수준은 똑같으나, 선진국 세관은 부패/부조리 행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법적 제도, 직장 문화가 잘 갖추어져 있어 높은 청렴성이 유지된다는 관찰 결과였다.

 

7. 효과적인 청렴성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는 모든 세관직원이 예상하는 행동을 매우 실용적이고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는 포괄적인 행동 규범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라 부당한 청탁등을 받았을 경우 거절하는 방법/기법, 또 이를 신고하는 방법, 절차등 구체적이고 세세한 실천행동 규범을 만들었고 개발하였다.

 

8. 높은 윤리적 및 전문적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채용시 및 경력 전반에 걸쳐 세관 직원에게 적절한 교육 및 전문성 개발을 제공하고, 건전한 관행을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개인적 및 전문적 청렴성을 장려하는 적절한 성과 평가 및 관리 시스템을 구현하였다.

 

9. 부패는 사기가 낮고 직원이 공직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 조직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세관 직원은 사기가 높을 때 성실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세관 당국은 인적 자원 관리를 공정하게 하고 개인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기회/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10. 많은 분들이 청렴/ 반부패는 국가기관이나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고, 수출입기업, 물류업체등 사기업 이나 민간 부문은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향이 있다.

 

세계관세기구(WCO)는 민간 분야, 기업, 무역업자들도 아루샤 선언상의 이상 10가지 청렴행동 실천계획들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관은 수출입기업등 민간 부문과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생산적인 관계를 조성하여야 하고, 민간기업들도 이 실천계획들을 이행하는데 적절한 수준의 책임감을 갖고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프로필 ] 이대복 (사)한국 FTA 원산지연구회 이사장

• 세계관세기구(WCO)등에서 자금세탁방지론 강의

• 저서 : ‘한국세관의 역사(2009년, 동녘)’

• 경영학 박사

• 2005년 홍조근정훈장 수상

• 1994년 WCO 사무총장상 수상

• 2010.06~2011.07 관세청 차장

• 2008.09~2010.05 인천공항 본부세관장

• 2004.~2005. 관세청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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