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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소송에서 이기면 권리는 항상 보호받을까

(조세금융신문) 남에게 돈을 받을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그 돈을 받지 못하여 법의 도움을 받고자 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하는 중에 상당수 사람들이 “재판에서 이기면 돈을 받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상대방에게 채무를 변제할 재산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이어 “그러면 채무를 못 갚는 경우 상대방은 처벌받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으면 “승소판결이 나왔다고 하여도 재산이 없어서 못 갚는 경우 따로 형사적인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답해준다.


여기에 이르면 상담자는 화난 투로 “그러면 무엇 때문에 소송합니까?”라고 되묻는 경우가 있다. 민사 소송에서 이기면 항상 권리를 보호 받은가? 하는 문제는 소송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다.


소송의 종류는 청구의 성질과 내용에 따라서 이행의 소, 확인의 소, 형성의 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확인의 소’는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소로서 예를 들면 소유권확인의 소,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등이 있고, ‘형성의 소’는 법률관계의 발생, 변경, 소멸을 구하는 소로서 예를 들면 혼인 무효의 소, 회사설립 무효의 소, 경계확정의 소 등이 있다.


이러한 ‘확인의 소’나 ‘형성의 소’는 판결과 동시에 바로 효력이 발생하고 따로 이행의 문제가 남지 않으므로 소송에서 이기면 항상 권리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이행의 문제를 남기는 ‘이행의 소’, 예를 들면 ‘금전을 지급하라’, ‘건물이나 토지를 인도하라’, ‘건물이나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등과 같은 소송에서는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상대방이 그 판결 내용에 따라서 이행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소송의 상대방이 판결 내용에 따라 임의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은 그 판결문을 첨부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사람이 단독으로 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수 있다. ‘건물이나 토지를 인도하라’는 판결은 판결의 집행문을 부여받아 집행관에게 신청을 함으로써 집달리를 통해 강제로 인도받을 수 있다.


‘금전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소송의 상대방이 재산이 있으면서 이행하지 않으면 집행문을 부여받아 상대방의 재산에 압류를 하고 그 재산의 종류에 따라 경매나 추심절차를 통해서 판결의 내용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상대방이 재산이 없는 경우라면 강제로 집행할 대상이 없으므로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판결 내용대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민사소송에서 재산이 없는 피고가 시쳇말로 “배 째라” 하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승소판결까지 받았음에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소송에서 지고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채무자를 처벌하고 싶겠지만, 사회적으로 모든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부도덕한 행위가 형사상 처벌할 수 있는 법규에 해당되어야만 한다.


즉 민사소송의 원인이 된 채무자의 행위가 사기나 횡령, 배임 등의 형법상의 구성요건을 충족시켜야만 채무자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가 좋은 직업을 갖거나 아니면 사업을 잘하여 다시 변제 자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리는 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


상대방이 임의로 이행하지 않고 그렇다고 상대방의 재산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 재산명시신청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재산명시신청은 판결문 등 집행권원에 집행문을 부여받고 송달증명, 확정증명을 첨부하여 법원에 신청하는데, 상대방은 이 재산명시명령을 받고 자신의 모든 재산관계 즉, 동산, 부동산, 금전, 임차권, 정기적인 소득, 보수 등을 신고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재산명시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간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만일 상대방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상에 재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신고 된 경우나 신고된 재산이 집행채권의 만족을 얻기에 부족한 경우 채권자는 공공기관, 은행 등에 채무자 명의의 재산이 있는지 조회할 수 있다.


그런데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법률’에 의하면 채무자가 변제할 재산이 없거나 충분치 못하고 사기, 도박, 사치, 낭비 등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여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승소판결문 자체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과도한 빚으로 실의에 빠져서 자포자기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사회 전체 구성원을 보는 입장에서 이런 이들도 희망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익이기 때문이다. 법이 항상 개인의 권리구제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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