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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호통국감 남발, 총선준비 시작 됐나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내년 총선을 앞두고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바지다.

국정감사의 목적은 지난 1년간 행정부가 국정 수행을 제대로 했는지, 예산은 허투루 쓰지 않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이다.

국감시기가 되면 증인으로 선정된 피감기관장이나 기업체 회장들은 국감 준비로 다른 업무는 거의 마비가 된다. 국회가 국감을 치르기 위해서는 하루 평균 1억원이 든다는 시민단체의 통계가 있다. 피감기관이나 기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을 생각하면 결코 연례행사로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러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준비한 국감이 여야 간 힘겨루기로 ‘정회’나 ‘막말’ 파동 등으로 끝나서야 되겠는가.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마음은 벌써 지역구인 콩밭에 가있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일부 상임위 의원들은 국정감사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밥그릇 싸움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국감장에서는 의원들이 기관장이나 재벌 회장들을 증인으로 불러 호통 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질문에 답변하려고 해도 말을 끊으면서 단답형으로 대답하라고 밀어붙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드물긴 하지만 코너에 몰린 피감기관장들은 의원들과 맞장 뜨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사에서의 지적사항인 시정요청이 공식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선 본회의와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여당에서 비호를 받는 입장이라면 그런 행동이 그리 무섭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감에서 지적된 시정조치 이행률은 평균 20%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감기관들의 감사에 대한 자세도 문제다. 여당의 비호속에 ‘위기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자세는 수년 동안 계속되어온 우리 행정부의 한계다.

지난달 1차 기재부 국감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계속되는 의원의 협공에 “머리가 나빠 무엇을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버티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여당의원들이 최 부총리를 감싸며 맞불을 놓아 한때 정회가 되기도 했다. 역시 현 정부의 실세임을 짐작케 하는 광경이었다.

우리는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은 검사와 같고 장관은 피의자와 같이 심문하는 광경을 자주 접한다. 물론 검사나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투다. 감사를 받는 부처의 장관은 의원의 질의에 명확한 대답으로 궁금증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즉 질책과 추궁을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 의원들이 강한 어투를 사용하는 것은 언론을 통해 국회의원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꼼수가 깔려있기도 하다. 즉 얼굴을 알려 다음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법치주의 나라에서는 법을 만들고 없앨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의원들의 힘이 가장 막강하다. 우리경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의원들이 국감에서 챙겨야 할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모든 것들을 내팽개치고 자기 지역구만을 감싸며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국회가 바로서야 국민과 나라가 산다. 제발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길 바란다.

국민들이 오죽하면 정작 국정감사를 해야 할 곳은 국회이고 증인으로 불러 낼 사람들도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하겠는가. 국감에 피감기관의 증인들을 불렀으면 호통만 칠 게 아니라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어 시정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의원들의 역할이다.

국정 수행에 디딤돌이 되고 보탬이 되어야할 국정감사가 국정수행에 걸림돌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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