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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의 가치평가, 제대로 된 가치평가 필요

(조세금융신문) 건물,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은 물론 시계나 자동차와 같은 동산들은 소위 시세라는 것이 존재하며, 또한 세무적으로는 특별한 감정평가를 거친 가치평가(valuation)를 통한 평가가치를 거래세나 보유세의 책정에 그리고 회계상으로는 장부의 자산의 기재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특허나 상표와 같은 산업재산권 뿐 아니라 나아가 내가 그린 그림이나 작곡한 음악도 가치평가의 대상이 되고 평가방법론이 존재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반은 그렇고 반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여야 할 것 같다.


지식재산권의 가치평가에 관한 방법론들도 오랜 기간 연구되어 왔으며 평가자나 평가기관마다 자신들 나름의 평가모델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른 재산권의 평가방법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평가모델이 그러하듯 ‘1)해당 자산을 건설 또는 획득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의 합을 토대로 하는 모델(소위 비용접근법) 2)해당 자산이 잔여기대여명 기간 동안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모델(소위 수익접근법 또는 현금흐름할인법, DCF) 3)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세를 토대로 하는 모델(소위 시장접근법)’이 지식재산권의 가치평가에서도 기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동일하거나 비교 가능한 재화가 다수 존재하는 아파트의 한 호수나 몇 층짜리 건물 한 채와 같은 부동산, 또는 어느 자동차 회사의 몇 년식 무슨 모델이나 어느 브랜드의 특정 시계모델과 같은 동산들과는 달리 지식재산권은 각각의 대상물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고 고유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2015년 6월에 등록된 무선통신분야의 특허권들, 심지어 동일한 통신표준기술에 관한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라고 해도 특허권을 들여다보면 출원일도 다르고 그 내용도 완전히 달라서 비교하기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등록되거나 창출되는 권리의 개수에 비해서 거래가 매우 드문 데다 거래금액이나 조건들도 대부분 비공개인 관계로 시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위의 3)의 모델의 적용이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보유한 지식재산이 로열티를 받고 외부로부터 수익을 실제로 창출하는 경우는 매우 소수인 관계로 2)의 모델을 적용하려하면 주관적인 가정들을 타 재산권에 비해 굉장히 많이 적용할 수밖에 없어 이 또한 적용이 쉽지 않다.


이러한 난관들과 평가수수료 및 내부관리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실제로 회계상 자산에 편입시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굳이 한다면 1)의 모델이 활용되는 편이다. 위와 같이 지식재산권에 고유한 문제점들 때문에 근래에는 변형된 형태의 가치평가방법론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블랙-숄즈(Black-Scholes) 모델을 활용한 실물옵션모델이나 로열티회피법 등이 있다.


전자는 지식재산권의 경우 상표를 제외하면 보호기간이 정해져 있어 옵션의 만기와 같은 공통점이 있는 데다 고유한 위험들이 존재하는 점들을 고려하여 옵션 모델을 변형하여 활용하려는 취지이고, 후자는 해당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제3자에게 지불을 면할 수 있는 로열티 합의 현재가치를 지식재산권의 가치로 환산하는 위 2)의 모델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표를 제외하면) 옵션의 성격과 더불어 지식재산권은 고유성(uniqueness) 때문에 미술품의 가치평가와 유사한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시도와 가치평가 모델의 확립노력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실정을 고려한 공신력 있는 모델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개별법령마다 가치평가기관에 관한 규정을 조금씩 두고 있기는 하나 공신력 있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미국이나 심지어 중국에 비해서도 특허의 무효율이 높고 설사 무효가 되지 않고 손해배상을 받는다 해도 무체재산권의 손해액의 산정에 인색한 우리나라 법원의 태도를 고려하면 가치평가 수수료가 특허권 가치보다 더 높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발언들도 종종 듣게 되곤 한다.


그럼에도 19세기의 식민지 영토, 20세기의 석유로 대표되는 열강들의 파워게임의 룰이 이제는 지식재산 영토로 전이해가는 과정에 서 있고, 제조 대기업 위주의 저마진 대량생산을 통한 수출드라이브에서 창조적인 벤처기업들의 활약을 통한 성장모델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의 가치인식의변화와 더불어 정당한 가치의 평가는 여전히 중요하고 조속히 풀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코카콜라의 (심지어 코카콜라가 직접 생산하지도 않는) Dasani 생수를 PB제품보다 몇 십 퍼센트 비싼 가격에 구입하고, 베트남에서 생산된 삼성전자 피처폰에 비슷한 사양의 노키아 핸드폰보다 50~100%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이유는 브랜드라는 지식재산권의 가치 비중이 크기 때문이지 않은가.


그러나 방법론 못지않게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그 본질에 관한 통찰일 것이다. 회계나 재무에서 유래한 방법론들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고 또 각각의 특징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의 평가는 다른 재산권과 달리 고유한 측면을 전문가의 눈을 통해 바라보아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기업기술 가치평가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특허권의 가치평가 샘플을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특허권의 강도는 청구범위라고 하는 부분에 의해서 정해지고 특허심사의 과정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 평가서에서는 등록특허니까 강한 특허라며 가치평가금액에 아무런 조정이 없었다.


무효가 될 지도 모르고, 설사 유효하더라도 특허침해자의 기술을 잡아낼 수 없도록 잘못 등록되었는지도 모르는데 전문가의 감정없이 단순히 현금흐름만 계산하여 이 특허는 얼마입니다, 라는 보고서를 낸 것이었다. 해당 특허가 제대로 된 변리사를 통해 등록되지 않았다면 복잡한 DCF를 적용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 가치는 0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중요성을 더해가는 지식재산중심사회에서 정확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고 본질에 관한 통찰이 제대로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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