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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공항은 흑자, 면세점은 적자”…신라·신세계, 결국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

인천공항 여객 수수료 체계 '여객 수 기준' 두 곳 모두 “버틸 수 없다” 호소
월 수백억 적자에도 감면 불가 방침…롯데는 공항 철수 후 유일한 흑자 전환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인천공항의 ‘여객 수 연동형’ 임대료 체계로 인해 운영 부담이 가중되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이로써 면세점 업계의 수익 구조 문제가 공식적인 분쟁 단계로 번지고 있다.

 

양사는 고환율, 중국인 관광객 부재, 온라인 면세 확산 등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더는 버틸 수 없다”며 공항공사에 최대 40%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조정을 통해 법적 해결에 나선 것이다.

 

◇ 신라·신세계 “임대료 인하 없이는 사업 지속 불가”
21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4월 29일, 신라면세점은 5월 8일 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조정 신청서를 접수했으며, 6월 1일 양측 첫 조정 기일이 예정돼 있다. 두 업체 모두 인천공항 제1·2터미널에서 운영 중인 화장품, 향수, 주류, 담배 매장에 대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A 면세점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중국인 관광객의 50% 이상 감소로 매출이 급감했고, 온라인 구매 전환도 가속화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공항공사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거절당해 조정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 월 50~60억원 적자… “낙찰가 자체가 과도했다”
문제의 핵심은 2023년 인천공항 제4기 면세점 입찰 당시 두 업체가 제시한 ‘고입찰’ 수수료 조건에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1인당 여객 수수료 기준은 5300~5600원이었으나, 신라는 이를 68%, 신세계는 61%나 높게 써내며 사업권을 확보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시장 예측 실패"라는 지적이 나왔으며, 그 결과 두 업체는 월 300~340억원의 임대료를 부담하게 됐다. 이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율로, 매달 50~60억 원 수준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2023년 연간 실적을 보면, 신라면세점은 697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35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5년 1분기에도 각각 50억원, 23억원 적자를 내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인천공항공사 “감면 불가”…법정 소송으로 갈 듯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공개 입찰로 체결된 계약이며, 낙찰가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임대료 감면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조정 요청의 배경은 이해하지만, 임대료는 정당한 절차로 낙찰된 금액이다"라면서 이를 변경하는 것은 공사로서도 형평성에 어긋나고 배임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면세점도 2015년 220%의 고입찰 후 임대료 부담으로 2018년 인천공항에서 철수했고, 공정위에 제소까지 했지만 결국 1870억 원의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해지한 전례가 있다. 당시 공항공사는 감면 없이 계약 종료로 대응했다.

 

◇ 반면, 공항 빠진 롯데는 흑자 전환…구조 전환 성공
두 업체가 공항 임대료로 고전하는 반면, 롯데면세점은 2023년 인천공항 철수를 계기로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나며 수익성 중심 구조 전환에 성공했다. 결과는 2025년 1분기 매출 6369억 원, 영업이익 153억 원으로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이다.

 

롯데는 고수익 전략에 집중했다. ‘다이궁’ 중심 매출을 과감히 줄이고, VIP·개별 관광객 마케팅, 고마진 주얼리·시계 확대, 온라인 면세점 활성화 등으로 리스크는 낮추고 이익률은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쳤다.

 

특히 명동 본점에는 프랑스 하이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 매장을 4배 확장하고, 스와로브스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단독 운영하며 예물 수요 등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

 

◇ 구조적 위기 탈출하려면 “제도 개편 불가피”
2024년 인천공항은 영업이익 741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으며, 그중 60% 이상이 면세점 임대료 등 비항공 수익에서 발생했다. 반면, 주요 면세점 사업자들은 매출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무관하게 여객 수 기준으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 구조에 발목 잡혀 있다.

 

전문가들은 "여객 수 연동이 아닌 실매출 기반의 탄력 임대료 체계, 비경제활동 인구 제외, 중소사업자 구간별 요율 도입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면세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공항공사의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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