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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와 비관세장벽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 암울한 경제여건 속에서의 한줄기 빛(?)

‘중국증시 서킷브레이커 쇼크!’라는 반갑지 않은 기사 머리글이 병신년(丙申年) 첫 근무일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첫 면을 장식하였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건데 우리나라 수출액은 5,272억 달러로 2014년보다 7.9% 줄었고, 수입도 4,368억 달러로 16.9%나 감소하였다.


무역규모로 비교해 볼 때에도 9,640억 달러로 2014년 1조982억 달러에 비해 큰 낙폭을 보였다. 2011년 이후 계속해서 이어오던 교역규모 1조 달러 달성도 실패했다. 수출통계에 있어서도 한 달도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감소한 결과로 2012년 -1.3%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굉장히 우울한 통계치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 새해의 경기 전망은 어떨까? 이러저러한 경제연구소에서부터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구동성으로 새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즉 중국의 성장 둔화세가 이어지고 저유가가 지속하는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불안요소와 엔저 등으로 경기 회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 ‘여건’은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중국, 베트남과 체결된 FTA가 새롭게 발효됨으로써 우리 수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 연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그 인구만 해도 13억 인구를 자랑하며 또한 중국인 스스로도 자국 제품보다 수입제품이나 명품을 더 신뢰하기 때문에 한-중 FTA의 발효는 우리에게 위기 속에서도 크나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비관세장벽과 무역기술장벽의 완화

그런데 한-중 FTA는 기체결 다른 협정에 비해서 양자간 교역에 더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 있다. 비관세장벽1)의 완화가 그것이다. 중국과의 교역을 하는 많은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부분으로 통일성이 결여된 세번(HS) 분류와 관세평가로 인한 관세예측 불가, 항구마다 상이한 규정 적용, 통관 지연, 과도한 요금 부과,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항구 제한(예; 자동차 및 부분품은 다롄항 등 7개 항으로 제한) 등이었다. 중국의 각 성마다 상이한 법령해석과 적용, 그리고 복잡한 통관절차 등을 교역의 최대 걸림돌로 꼽은 것이다.


그런데 한-중 FTA는 이 부분을 상당 완화시키기 또한 예측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 사실상 관세인하보다 어찌보면 더 큰 수확일 수 있다. 비관세장벽 중 대표적인 것이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무역상대국간에 서로 상이한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평가절차 등을 채택, 적용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에 있어서의 제반 장애요소를 일컫는다.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 제고, 표준화 무역장벽으로서의 표준화

사실상 기술규정 또는 표준이라는 것은 정책당국 또는 민간표준기구를 중심으로 상품에 대한 기술규격을 설정하여 동 기술규격을 바탕으로 하여 적합성 평가를 함으로써 자국 내에서 상품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데 있어서 그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각국 정부는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인간·동식물의 생명과 보건, 안전, 환경보호, 국가안보 등과 같은 특정한 공공정책의 목표를 위해 자국의 기술수준 등을 고려하여 기술규격, 표준 등을 제정하고 이에 대한 이행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 관련 제도는 기원적으로 본다면 제도의 대상 자체가 각국이 자국상품의 표준화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가마다 서로 다르게 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점차 글로벌한 교역 환경에서 살고있는 동시대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나라마다의 표준 규정이 국제무역의 방해가 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아졌으며, 오히려 수입국에서는 은근히 자국 내 규정을 더 강화하여 이를 수입의 규제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국 입장에서는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각국의 기술표준을 모두 습득하여야 하며, 생산라인을 그에 따라 별도로 구축하여야 되므로 이에 추가되는 생산비용과 시간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어 다국적 기업(물론 나라마다 생산공장을 별도로 세워 해외직접투자의 형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등은 별론으로 하고)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발생하기 힘들다.


기술장벽은 통상 다자무역체제의 정착으로 관세가 크게 낮아짐에 따라 각국 정부들은 과다한 기술요건,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표준, 수출국과의 중복검사 등의 수단을 통하여 자국 산업의 보호를 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차별적인 기준의 적용, 과다한 기술요건, 국제표준과의 불일치, 투명성의 문제, 기술규정의 부재 등의 형식으로, 또한 표준에 맞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적합성 평가절차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표준, 기술규정 또는 적합성 평가절차상에는 국가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복적인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와 검사지연, 비용과다, 불투명한 절차로 무역의 원활화를 보이지 않게 방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표시부착(labelling)의 경우도 상이한 표시부착요건과 과다한 표시요건도 기술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중 FTA를 통한 비관세 장벽의 완화

한-중 FTA에서는 상기한 바와 같은 비관세 장벽의 완화를 통하여 상호 무역을 확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관세 철폐 효과보다 클 것이라고 예상된다. 한-중 FTA에서는 기술무역장벽(TBT) 챕터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품 수출시 과한 기술 규제를 완화하는 조항을 채택하고 있다.


TBT 챕터의 주요 조항은 기체결 FTA와 대동소이하나 협정문에 많은 부분이 ‘shall’을 사용함으로써 기체결 다른 TBT협정에 비해서 그 구속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본 협정을 통하여 일부 품목에 대하여 상호인정협정2)(MRA; 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본 협정에 대한 진척이 가시화되는 시점에는 중국에서의 까다로운 인증절차 등을 한국의 인정받은 기관에서 동 절차를 진행하여 나온결과를 중국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효과가 발생하여 우리 기업에 매우 직접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회에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이 작용하여 우리의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무역기술장벽을 한-중FTA에 어떻게 양국이 풀려고 노력했는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

1) 비관세장벽이란 관세를 통해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국내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법 이외에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모든 비관세조치(Non-Tariff Measures)를 말하며, 그 특징으로서 효과측정의 곤란성, 복잡성, 불확실성, 개도국에 불리한 차별적 적용 등이 있다.

2) 상호인정협정(MRA)이란 무역증진 및 상호 경제기술협력을 위해서 두 개 이상의 국가간에 서로의 기준, 자격, 허가요건 등을 인정하는 협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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