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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하던 보고펀드, 어쩌다가 디폴트 위기까지

LG실트론 투자실패로 금융권 상환 어려워…리파이낸싱 추진

(조세금융신문) 토종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가 투자실패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도 못낼 정도로 디폴트 위기에 몰리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10일 펀드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가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업을 구성, 지난 2007년에 부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 49%(총 7천78억원)를 사들인 것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옛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내며 최고의 금융엘리트로 이름을 날리던 변양호 대표와 리먼브더더스 한국대표를 지낸 이재우 대표가 설립해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명성답게 설립 이후 동양생명과 아이리버, BC카드, 비데업체 노비타, 한국 버거킹, LG실트론 등 굵직한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하며 대표적인 토종 사모펀드로서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LG실트론의 ‘투자실패’는 보고펀드를 한 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는 LG실트론이 경영악화로 적자기업으로 돌아선 데다 인수 후 줄곧 추진해온 기업공개도 증시여건이 여의치 않아 불발에 그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컨소시엄은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면서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 인수대금의 절반이 넘는 4천억 원 가량을 빌렸다.


그러나 LG실트론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투자금 회수는 커녕 차입금에 대한 이자까지 연체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LG실트론은  2010년 1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80억원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만에 작년 한해보다 많은 22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보고펀드는 인수이후 지금까지 쌓인 연체 이자와 원금을 포함해 총 2천400억원 가량을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 상환해야 한다. 만기일은 오는 25일이다.


보고펀드는 인수 지분의 가치도 실적악화에 따라 절반 이하로 급감한데다 금융기관들의 빚 독촉도 점차 심해지고 있지만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난감해 하고 있다.


현재 LG실트론의 투자에 돈을 댔던 금융기관들은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으면서 보고펀드에 실망하면서 원성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에 실패한데다 디폴트 상황까지 닥치는 동안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최고의 토종 사모펀드로 이름을 날려온 보고펀드의 명성도 치명타를 맞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보고펀드가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원매자를 찾아 투자지분처분 등의 대책을 서둘렀으면 위기를 피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펀드는 디폴트 위기까지 오게 만든 LG그룹에 서운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LG그룹이 동의만 해줬더라도 위기상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LG실트론은 지난 2011년 IPO를 추진했으나 증시 악화로 계획을 철회했고, 이듬해에 다시 재추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까지 청구했으나 지난해 초 희망공모가를 받기 어려워지자 돌연 철회하는 등 보고펀드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장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보니 지분 인수 희망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보고펀드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기 위해 먼저 리파이낸싱에 전력을 다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보고펀드의 무책임성을 성토하면서 더욱 심하게 빚독촉을 하고 있지만 보고펀드는 리파이낸싱협의에 성실하게 임해 연장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보고펀드측에 우선 그동안의 밀린 이자와 원금 일부 상환 등을 요구를 내세우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고펀드가 상환에 실패하거나 채권단과 리파이낸싱 협의를 통해 만기를 연장하는데 실패하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펀드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만약 디폴트가 현실화된다면 향후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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