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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대박’ 김정태 회장의 ‘원뱅크’ 승부수 통할까?

노조 강력 반발 가장 큰 걸림돌…금융위, 노조 합의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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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통합은 대박이다. 조기통합은 대내외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승부수가 의도대로 진행될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은 김 회장의 던진 ‘원뱅크’ 승부수가 통하기 위해선 외환은행 노조 설득이 가장 큰 관건으로 내다봤다. 노조를 설득하지 못하면 금융당국도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정치권의 반발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일 두 은행의 조기통합 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후, 약 일주일 만인 지난 11~12일 이틀간 하나은행 50명, 외환은행 34명을 포함한 그룹 전체 임원 135명이 참석한 임원 워크숍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대박’이라며 조기 통합 필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금융권은 하나금융그룹이 전체임원 135명이 모여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해 오던 ‘원뱅크’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는 사실상 노조의 반대에도 조기 통합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하나금융그룹에 2012년 2월 인수된 후 2년 넘게 ‘한지붕 두가족’으로 지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합의를 파기하며 2017년보다 3년가량 앞당겨 ‘원뱅크’를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341억원으로 2012년보다 1600억원(27.8%) 감소했고, 외환은행은 2687억원(42.3%)이 줄어든 3657억원을 기록하는 등 합병 시너지는 고사하고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또 하나은행의 ROE(자기자본 대비 순이익률)는 5.94%로 2010년 10.47%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외환은행의 ROE는 지난해 3.76%로 급락했다.


김정태 회장이 하나ㆍ외환은행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속도가 빨라 2017년까지 투 뱅크(two bakn) 체제 유지가 경쟁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뱅크’ 체제 구축에 나서는 이유다.


김 행장은 “은행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국내외 금융권의 경쟁 심화,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하는 시점”이라면서 “통합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조기통합시 시너지 효과가 연간 3121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정보기술(IT) 중복투자 방지 799억원 ▷카드 회원모집 비용 및 업무 운영비 절감 674억원 ▷외환은행 외화예금 활용에 따른 외화채권 발행 비용 절감 607억원 ▷인력 재배치 및 중복점포 개선 612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통합을 3년 앞당길 경우 약 1조원의 효과를 낸다는 것.


특히 하나 외환은행 통합시 규모면에서 총 여신이 200조원으로 늘어 1위인 국민은행과 비슷해지며 점포수에서도 시중은행 3위로 올라선다.


노조동의 없이 어떤 논의도 불가…노조 반발 큰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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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외환은행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2일 직원 5000여명이 참석한 '외환은행 사수 전 직원 결의대회'를 여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외환은행 직원 5000여명이 12일 오후 서울역에 집결, ‘외환은행 사수 전직원 결의대회’를 가진 뒤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서울역집회는 한명숙·이학영·김기준·심상정·박원석 국회의원 등이 “하나금융지주의 최근 외환은행 합병 추진은 2.17. 노사정 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는 “2.17. 합의서는 은행간 합병여부는 5년 뒤 노사합의로 논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합의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어떤 논의도 시작될 수 없으며 향후 합병과 관련한 하나지주 차원의 모든 논의는 전면 무효”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김정태 회장의 ‘외환은행 수익력 저하’ 발언과 관련, “김정태 회장이 지목한 문제는 모두 하나지주 인수 이후 생긴 것들로, 이전 10년간 외환은행은 국내최고의 수익력과 경쟁력을 자랑했다”며 “하나지주는 외환은행 영업에 1%의 도움도 된 적이 없으며, 오히려 2조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 강탈과 점포증설 억제 등 외환은행 발전을 저해하는 일만을 집요하게 강요해 왔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의 부정적 입장도 변수다. 노조 반발이 계속 될 경우 합의 당사자 중 하나인 금융위로서는 통합 찬성에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 나서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2012년 노사정 합의 위반이 아니지만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반발이 갈수록 거세질 경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지연은 불가피랄 것으로 전망되면서 김정태 회장이 어떻게 노조를 설득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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