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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기술과 거절당하는 기술 사이

청하지 않은 도움을 거절할 때 본인의 거절사유를 명확히 하자

(조세금융신문= 엄명용 유퍼스트 서울지사장)  오빠 그거 해 봤어요?”

오빠랑 하고 싶기는 한데 아직 그날이 아니라서요!”

불온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영상은 여성비하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독려 캠페인 동영상이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권유를 받기도 하고 권유하기도 하며 생활한다. 특히나 보험은 권유로 팔리는 상품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권유와 거절당한 아픈(?) 사연들을 접하게 된다. 기대가 클수록 거절에 따른 후유증 또한 커서 심한 멘붕에 빠지는 보험설계사들을 보게 된다.

 

보험사 영업관리자는 거절당한 FP(보험설계사)의 마음을 보듬고 다시 재충전하여 도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다. 이럴 때 영업관리자들이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사용하는 말이 "영업은 거절에서 시작한다!"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시간, 노력 등)의 손실

 

우리 지사는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VIP고객이거나 곧 VIP고객이 될 예비 고객을 모시고 프초청행사를 가졌다. 담당FP 입장에서는 초청고객 선정은 물론 비용도 일부 부담하는 관계로 영업성과에 대한 기대 또한 매우 큰 행사이다.


봄 행사에 초청받은 많은 분들 중에 건설업을 하는 ‘P사장부부는 6조 남짓한 적지 않은 참석자 중에서도 뚜렷이 기억된다. 행사를 주관하는 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정치성을 고려하여 고객 대표로 인사말과 건배사를 하도록 배려하였다. 지역 라이온스 클럽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서인지 말씀도 참 유려하게 잘하여 행사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그리고 가을을 맞아 주최한 ‘VIP고객 초청 골프행사에서 ‘P사장부부를 또다시 조우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또한 유일한 부부 커플 참석자였다.

 

이런 행사를 주관할 때는 도대체 마케팅 수위를 어느 정도 선으로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P사장부부를 비롯하여 가장 많은 고객(예비고객)을 초대한 ‘C 지점장과 상의 끝에 행사의 품위와 격을 유지하도록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선에서 보험마케팅 효과를 내기로 하고 진행하였다.

 

그래도 곳곳(프랑카드/시상 명칭 등)에 보험관련 용어를 사용하였고 시상식 등에서 보험관련성을 부각하여 은연 중에 PR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행사 종료 후에 그때까지 기존고객이 아닌 예비고객의 지위이면서, 부부 커플로 두 번 연속 참석한 유일한 케이스인 ‘P사장을 향한 우리 모두의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적지 않은 비용(2X 2= 4인 비용)을 부담한 ‘C지점장은 내색 안 해도 그 기대치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올해 초, C지점장으로부터 ‘P사장과의 면담에 동행해 달라는 SOS를 받았다. 마침 새해 인사도 할 겸, 두 번이나 낯을 익힌 구면이기도 하거니와 VIP고객 초청행사에 응하고도 신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 등이 나의 승부욕을 자극하기도 하여 흔쾌히 동행에 응했다.

 

‘P사장과의 대화를 정리해 보면 지금이 역대 최고로 업황(건설/외장업)이 좋고 일이 많아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대해준 ‘C지점장유퍼스트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몰랐다고 하여 나를 아연실색케 하였다.

 

아뿔사! 자다 봉창 두드린다더니 딱 그런 경우였다. 직설적인 설명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 같아 GA의 특성과 최근의 금융트렌드, 새해 세법개정사항 등을 정리하여 설명하고 말미에 ‘P사장의 긴 꼬리를 자르려고 딱 잘라 적정 상품과 금액을 제시하였다.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겸한 자리였기에 청약서를 준비한 것은 아니어서 두 사람이 뒷정리를 하도록 맡겨놓고 먼저 자리를 떴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서로 진솔한 속내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컨설팅의 마무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음 날부터 우리의 밀당은 시작되었다. ‘P사장이 연락하기로 한 날 연락이 오지 않았고 실망한 ‘C지점장에게 나는 짐짓 예상하였다는 듯 그날 워낙 바쁘다 하지 않았느냐? 그러지 말고 문자를 한번 보내보라!”고 하였지만 역시 아무 응답이 없다는 것이다.

 

‘C지점장“P사장이 저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아요!”라고 할 때도 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내가 한번 연락해보겠다.”고 하였다. 통화를 해보니 제가 지금 너무 바쁘니 다음 주쯤 ‘C 지점장을 통해 약속 잡고 같이 만납시다.”라고 대답하곤 하였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P사장과의 밀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지났고, 이제 다시 골프의 계절이 돌아 왔음에도.

 

갑질과 을질 사이를 오고가며

 

매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권유에서 만큼 누구나 갑질(권유를 받는 입장)과 을질(권유하는 입장)사이를 사다리 타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에게 내상을 덜 입히며 유쾌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 머뭇거리다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는 경우도 있다.

 

핑계, 변명으로 결론을 뒤로 미루지 말자. ‘P사장이 무슨 피해를 준 것은 아니잖냐고? 아니다비용지출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비계수적 요소인 기회비용(시간,

노력 등)의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되어 거절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렇게

No, Thank You : 과잉 친절이나, 청하지 않은 도움을 거절할 때!

Yes, But : 경청하고 공감하여 상대를 인정하되, 본인의 거절사유를 명확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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