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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옥죄기'로 보험사 대출 급증

3월 생보사 대출채권 107조원…손보사는 50조원 돌파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가계와 기업들이 다소 문턱이 낮은 보험사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최근 경기불황과 기업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대출 규모를 줄이고 신규 대출에 대한 여심심사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과 가계의 대출 수요가 보험권으로 몰리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역마진 발생 우려가 커진데다 초저금리 기조 여파에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앞다퉈 대출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파라질 것으로 전망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험사들도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생명보험협회의 '월간생명보험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의 대출채권 잔액은 107조1735억원으로, 전월(106조4467억원)에 비해 0.68%(7268억원) 증가했다. 이는 1월 증가폭(1282억원)과 2월(1961억원)에 비해 4~5배 가량 많은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8.5%(8조3956억원) 급증했다. 

최근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이 수익원 다각화 차원에서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이 지난해 3월 말 25조4346억원에서 올 3월 말 29조5654억원으로 16.2%(4조1308억원) 확대됐고, 신용대출 잔액은 22조9767억원에서 24조4205억원으로 6.3%(1조443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약관대출 잔액도 39조8900억원에서 40조7284억원 2.1%(8384억원) 증가했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올 3월 말 삼성생명의 대출채권 잔액은  33조9446억원으로 25개 생보사 중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16조9789억원), 교보생명(16조5096억원), 농협생명(6조9558조원), 흥국생명(5조6206억원), 신한생명(5조3086억원), 동양생명(4조6604억원), 현대라이프생명(2조7991조원) 등의 순이었다.

손보사의 대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올 2월 말 기준 손보사 대출채권 잔액은 50조2826억원으로, 1년 전(42조641억원)에 비해 19.5%(8조2185억원) 늘었다.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1조9605억원으로 전년대비 16.8%(3조1622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 잔액은 3조2860억원으로 15.3%(4349억원) 늘었다.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9조8010억원으로 10.8%(9537억원) 확대됐다.

손보사 '빅4'의 경우 올 2월 말 대출채권 잔액은 삼성화재가 14조9444억원, 동부화재는 7조6509억원, 현대해상은 7조3135억원, KB손보는 6조67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보험사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것은 깐깐해진 은행권 대출심사를 넘지 못한 가계와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사의 문을 두드리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은행의 ‘옥석가리기’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부실 기업들과 한계가계가 보험사로 몰릴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대형 부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은 19일 '기업 구조조정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가계와 기업들은 은행에서 신규대출이나 만기연장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험사의 대출부실 위험이 은행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은 "올해 1분기 은행권의 대기업 부실채권비율이 4.07%인데,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기업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의 기업대출 부실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보험사의 부실대출이 증가하면, 충당금 적립 부담과 자본확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여신심사 강화로 보험사로 대출이 몰리면서 부실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내달부터 보험사에 대해 은행 수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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