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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 "고액체납만으로 출국금지 한 것은 부당"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고액체납자란 이유만으로 자세한 사정을 따져보지도 않고 출국금지처분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는 행정심판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는 4일 A씨가 출국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부당한 조치”라며 이를 취소하도록 지난달 23일 재결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원 이상의 국세를 체납한 고액・상습체납자로서 명단이 공개된 자에 대해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고 체납처분 회피 우려가 있는 경우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수용 여부는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 2002년 회사폐업 과정에서 14억7000여만원의 세금을 체납했다가 지난 2012년 말 출국금지처분을 받았다. A씨는 법무부 이의신청을 통해 재산 유출정황이 없다는 점을 소명해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그러나 국세청은 A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 장관은 이를 수용했다. 이에 A씨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 2월 권익위 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6남매 중 외아들이자 미혼으로 셋째 누이의 월세 오피스텔에 기거하면서 생계를 위해 기업자문역으로 중국 등에 3회, 홀로 암 투병 중인 둘째 누이 간병차 일본에 5회 정도 출국했을 뿐 재산을 유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난해 3월까지 체납세액 중 약 400만원을 분할 납부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 행심위는 A씨에 대한 출국금지처분이 부당하다고 재결했다.

행심위는 A씨가 고액 국세체납자로서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지만, 해외여행경비의 조달경위나 출처 등에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체납세액 일부를 납부하는 등 국세체납해소를 위해 노력한 점과 과거 출국금지가 해제된 A씨를 다시 출국 금지해야 할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다고 판단했다.
 
행심위 측은 “A씨의 경우 재산을 숨겼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오히려 업무상 자문을 잘하여 소득이 생긴다면 조세납부도 가능할 수 있다”며 “출국금지 처분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인 만큼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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