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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건설사 입찰참가제한 제도, ‘유명무실'

건설사 대부분 소송 제기…가처분 인용돼 제한조치 유예

 

 

(조세금융신문)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대형 시설공사에서 입찰담함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가 기업의 불복소송(처분 취소소송)으로 유명무실해 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차례 이상 입찰담합을 저지른 기업에 대한 조달청의 가중처벌도 사법부의 최종판단이 늦어지면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와 조달청은 건설업계의 요구대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입찰담합에 따른 공사비 부풀리기로 초래될 국가예산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박원석 의원(정의당,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1~2014.8 기간 중 시설공사 담합 관련 입찰참가자격 제한 업체 현황과, 해당 업체가 제기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소송 진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알려진 4대강 사업 담합 건설사를 비롯해 올해 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통보한 부천시노인복지시설건립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도시철도 3호선,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 입찰담합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 중 1개 건설사를 제외한 모든 건설사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해 처분이 유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공동행위(입찰담합) 판정으로 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통보를 한 15개 건설사 중 쌍용건설(2014.5.1 소취하)을 제외한 14개 건설사가 현재 소송을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조달청은 입찰담합 행위를 저지른 건설사들에 대해 15개월(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 대림, GS, SK), 4개월(포스코, 현대산업개발, 쌍용, 삼성중공업, 한화, 경남, 코오롱글로벌, 한진중공업, 삼환) 동안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통보했으나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처분이 유예돼 왔다.


총 공사비 266억 8천만원 규모의 부천시노인복지시설건립공사에서는 태영건설과 벽산건설이 입찰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각각 11억 7500만원, 2억 93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조달청은 두 건설사에 각각 2년,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통보했으나 곧바로 제재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돼 처분이 유예된 상태로 현재 본안소송이 진행중이다.


총 공사비 1조 3천억원 규모의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담합 건설사들에는 공정위가 21개 건설사에 1천3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조달청은 2년(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두산건설, 신동아건설, 쌍용건설, 태영건설, 한양, 코오롱글로벌, 금호산업), 6개월(진흥기업, 서희건설, 대보건설, 고려개발, 흥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통보했으나 역시 21개 건설사 모두 소송 때문에 유예됐다.


총 공사비 7989억원 규모의 대구도시철도 3호선 입찰담합 건설사들에는 공정위가 12개 건설사에 40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현대.삼성.포스코.현대산업개발.대림.SK.대우.GS는 담합을 주도했으며 코오롱글로벌.대보.한라.신동아건설은 특정 건설사의 낙찰을 위해 담합했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들은 비슷한 시기 낙찰된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 입찰담합 가담 건설사와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중복처벌' 대한 대법원의 판결(서울고등법원 2013누11583, 원고 대한전선, 피고 한국전력)이 나올 때까지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5388억원이 투입된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는 122억원의 과징금이 현대건설.한진중공업.코오롱글로벌.대우.SK.금호산업에 부과돼 지난달 공정위의 입찰담합 판정 의결서가 조달청에 통보됐다. 조달청은 금명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통보를 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건설사들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송으로 실제 제한을 받고 있는 건설사가 거의 없으며, '중복처벌'도 이루어지 않아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가 유명무실해 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기재부.공정위와 조달청은 오히려 제도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4대강 입찰담합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판정을 받은 6개 대형 건설사 대표들을 만나 입찰참가자격 제한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와 조달청 역시 규제개혁이라는 명목하에 '조달행정 혁신방안'(2014.4)으로 "과도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완화"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박원석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한 결과 입조처는 입찰참가자격제도가 입찰담합을 저지른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며, 불합리한 점은 다른 수단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혀 그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입조처는 국가가 체결하는 계약은 공익을 증진시키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계약이므로 이에 있어 공정성과 이행의 확보는 필수적인 것이라며,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는 "공개입찰 및 계약의 공정성 확보와 계약에 따른 충실한 이행의 담보"라는 목적의 정당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특히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인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유예와 관련, 입조처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가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효력정지결정을 받고 낙찰자로 결정된다면, 오히려 국가의 입장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석 의원은 "공정위가 담합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솜방망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조치가 이루어지지도 못하고 있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마저 건설업계의 요구에 따라 완화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입찰담합에 따른 공사비 부풀리기로 초래되고 있는 국민혈세와 국가예산의 낭비를 감안하면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밝혔다.


아울러 박 의원은 2차례 이상 입찰담합을 저지른 기업에 대한 조달청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중복처벌' 문제와 관련 항고한 지 1년이 지난 만큼 사법부가 신속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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