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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청산도

시인 박두진, 낭송 곽귀자, 영상 노트24

 

청산도_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 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시인] 박 두 진

1939년 《문장》으로 등단한 이후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

자연과 신의 영원한 참신성을 노래한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더라』 등 30여 권의 시집과

평론·수필·시평 등

제15회 외솔상

제1회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詩 감상] 양 현 근

삶이라는 게 늘 어렵게 마련이다. 그러나 밝은 미래가 있고 따뜻한 희망이 있어서 내일은 늘 설레는 법이다. 시인은 비록 해방은 되었지만 정파간 갈등으로 하나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가슴아파한다. 그렇지만 아픔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가 될 미래를‘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을 만나길 꿈꾼다. 희망이 있는 삶은 그래서 아름답다.

 

[낭송가] 곽 귀 자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한국문학의집 시낭송대회 대상

김수영시낭송대회 대상

천상병시낭송대회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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