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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적기'납부 말고 '제때' 납부 어때요?

국립국어원, '필수 개선 행정용어 100개' 선정

(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정부는 9일 제572돌 한글날을 맞아 자치법규에 등재된 어려운 한자와 일본식 행정 용어를 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지난 8월을 시작으로 두 차례 ‘필수 개선 행정용어 100개’를 선정했는데, 이는 최근 3년 이내 중앙행정기관 보도자료를 상시점검해서 5회 이상 출현한 외래어, 외국어 50개와 공문서에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어 50개로 구성돼 있다.

 

 

기자의 전자우편함을 열어서 올해 1월부터 현재(10월 9일)까지 받은 국세청과 관세청의 보도자료를 확인해봤다. 과연 이 중 필수 개선 100개 용어는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아래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적어봤다.

 

◆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관세행정 혁신TF는 총 19개 항의 ‘중간 권고안’을 확정해 관세청에 권고했다. (2018.06.26 관세청 보도자료 中)

국세행정 개혁TF, 총 50개 국세행정 개혁권고안 마련‧발표 (2018.01.29 국세청 보도자료 中)

 

‘기동부대'란 뜻의 군사용어에서 유래된 태스크포스(task force)는 특별팀, 전담팀, (특별) 전담 조직 등으로 순화해서 쓸 수 있다.

 

◆ ‘MOU’를 체결했다(?)

 

5일 서울세관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2018.09.05 관세청 보도자료 中)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칭인 MOU는 업무 협약, 양해 각서로 다듬어 쓰거나 ‘업무협약(MOU)’처럼 괄호 안에 로마자를 나란히 표기할 수 있다. 대부분 보도자료에서는 한글과 로마자를 함께 표기하고 있다.

 

◆ 세금을 ‘적기’에 납부(?)

 

적기에 특혜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어~ (2018.08.29 관세청 보도자료 中)

애로사항을 적기에 해결하고자 간담회를 추진했다. (2018.09.13 지역세무서 보도자료 中)

 

국립국어원의 ‘필수 개선 행정용어 100개’ 자료에서는 적기(適期)를 알맞은 시기, 제때, 제철과 같은 쉬운 대체어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 실적을 ‘거양’했다(?)

 

탁월한 조사실적 거양 (2018.05.11 국세청 보도자료 中)

최근 3년내 최대 적발실적을 거양하였고~ (2018.07.16 관세청 보도자료 中)

 

거양(擧揚)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 들어 올리다’, ‘칭찬하여 높이다’라는 뜻으로 국립국어원은 올림, (드)높임, 듦 등으로 순화했다.

 

◆ ‘금번’ 행사에서는(?)

 

금번 연수기간 동안 회원국 별 조사단속 환경과 현황을 공유하고~ (2018.07.09 관세청 보도자료 中)

금번 자영업자 세무조사 유예 조치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2018.08.28 한승희 국세청장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 인사말 中)

 

금번(今番), 금회(今回) 모두 ‘이번’으로 순화해서 쓸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동년(同年), 동월(同月), 동일(同日)은 각각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로 대체해 쓸 수 있으며 차년도(次年度)는 다음 해, 다음 연도로 바꿔 쓸 수 있다.

 

◆ 출입증 ‘패용’(?)

 

국립국어원은 공공기관 입구에 표기된 ‘신분증 패용(佩用)’ 문구를 ‘신분증을 달아 주십시오’라고 다듬어 쓰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박주화 연구사는 “지난 9월 필수 개선 행정용어가 인쇄된 홍보물품을 제작해 47개 중앙행정기관, 17개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며 “앞으로도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공공언어과 김미현 연구사는 "공문서를 어렵게 쓰게 되면 국민들의 정책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불필요한 외래어나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려는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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