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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등장한 분양원가 공개 카드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고(故) 노무현 정부 시절 폐지됐던 분양원가 공개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부터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기존 12개인 분양원가 항목에서 더 세분화시킨 62개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한 없이 올라가던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한 조처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택지는 분양상한제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택지 공급 주택도 정부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를 받아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전반적인 분양가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전체를 살펴봐도 원가를 공개하고 있는 산업은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는 집을 지어 고객들에게 팔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내 또 다른 집을 지어 판다. 이런 과정에 각 기업의 경영전략이 녹아 있다. 이를 밝히라는 것은 기업 비밀을 공유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모 대학 교수는 “현재 분양가격은 분양상한제로 충분히 통제가 되고 있다”라며 “문 정부의 분양원가 공개는 기업이 장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한 정책으로 국민들의 표는 얻을 수 있겠지만 분양원가 공개가 산업 전반으로 퍼진다면 국내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발표된 분양원가 공개는 원가 책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모범답안이라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우회적인 분양가 공개로 평가받았던 '분양가 상한제' 이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전세대란을 낳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건설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욕구가 타협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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