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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오래된 울음

시인 이진환, 낭송 향일화, 영상 세인트1

 

오래된 울음_이진환

 

숲에서 하나 둘 나무를 세고가면
나무가 되었다 숲이 되었다 고요가 되었다
고요가 깊어지자 웅크리고 있던 숲이 안개처럼 몸을 푼다
불신의 늪이 꿈틀거려서다
한때, 뿌리 뻗친 늪에서 마구잡이로 우듬지를 흔들어대다
새 한 마리 갖지 못한 나무였다
눈도 귀도 없는, 그 몸속으로
흘러 다니던 울음을 물고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릴 적 어둑한 논둑길에서 두려움을 쫓던
휘파람소리와 함께 가슴을 졸이고 나오던 눈물이었다
울음의 반은 기도였으므로,
안개의 미혹(迷惑)에서 깨어나는 숲이다
고요란 것이 자연스럽게 들어서서 허기지는 저녁 같아
모든 생명이 소망을 기도하는 시간이 아닌가
두려움의 들녘에서 울던 오래된 울음이
징역살이하듯 갇혔던 가슴으로 번지고 있다
기도를 물고 돌아오는 새들의 소리다

 

[시인] 이 진 환
경북 포항 출생
2014년 <국민일보> 신앙시 공모전 대상 수상
2016년 《다시올문학》 등단
동인시집 『고양이 골목』 등

 

[시감상] 양 현 근
어둑한 밤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막막함이나
어둠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을 말이다.
어디선가 불쑥 무엇인가 튀어나올 것 같아 마음은 황망한데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불빛이 있어 얼마나 큰 위안인가
두려움과 미혹의 들녘을 헤매다 돌아온 신새벽에
오래된 울음이 기도처럼 번지고 있다.
부질없는 욕심의 끝을 건너
기도를 물고 돌아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희망처럼 번지는 아침이다.

 

[낭송가] 향 일 화
시마을 낭송협회 고문
《시와표현》 시부문 등단
빛고을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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