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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노출 위험 방치하는 국세청…"편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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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일선 세무서에 민원실에 배치돼 있는 순번대기표 발행기는 각종 증명발행을 위한 번호대기표 발행 뿐만 아니라 사업자등록 정정 등의 신고서 작성을 직접 할 수도 있다.

(조세금융신문) “주민번호가 노출될까 걱정이 된다.”
“뒷사람이나 옆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거리여서 께름칙하다.”

사업자등록 정정 등의 업무를 위해 서울시 중구에 있는 남대문세무서를 찾은 민원인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카드 3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건 이후 대부분의 정부 기관에서는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국세청은 정작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전국 일선 세무서에 설치돼 있는 순번대기표 발행기는 각종 증명서 발급을 위한 번호표 발행 또는 사업자등록 신청‧정정, 휴‧폐업 신고서 작성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사업자등록 및 정정 등의 신고서 작성 업무를 직접 하는 민원인들의 경우 주민번호를 누를 때 쉽게 노출될 위험이 있어 세무서를 방문하는 납세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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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호대기표 발행기는 증명발급을위한 번호대기표 발행 뿐만 아니라 사업자등록 정정 등의 업무에 필요한 신고서 작성을 직접 이 기계에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쉽게 노출되도록 설계돼 있어 악의를 품은 누군가에 의해 세무서를 찾은 민원인의 주민번호를 쉽게 취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마감일인 지난 26일 서울 남대문세무서를 찾은 김 아무개(39)씨는 “구청에서 등본 등을 뗄 땐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별표 처리되는데 세무서는 주민번호가 쉽게 노출 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아무개(41)씨 또한 “이 곳 세무서는 발행기가 너무 개방된 곳에 있다”며 “그렇다고 주민번호를 누를 때 뒤에서 누가 보는지 일일이 뒤돌아 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이 곳 세무서의 민원실의 발행기는 많은 사람들의 동선이 겹치는 출입문 앞 중앙에 놓여 있었고 왼쪽 약 50cm 옆에는 민원실을 찾는 납세자들을 위한 의자가 놓여 있었다. 뒤에 있든 옆에 있든 이 기계 앞에서 누가 무엇을 누르는지 쉽게 볼 수 있었다.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세금납부를 위해 민원실을 찾은 납세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취득·이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이 세무서의 발행기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누른 민원인은 수십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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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관의 사정은 국세청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구청에 있는 무인증명발급기는 모든 번호가 별표처리될 뿐만 아니라 민원실 구석에 배치돼 있었고 대학교 등에서 쓰는 학적증명자동발급기는 기존 주민번호 입력방식에서 학번입력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다른 기관의 사정은 어떨까. 구청의 무인민원발급기와 대학교 등에 있는 학적증명자동발급기를 살펴본 결과 국세청 보다 사정은 많이 나아 보였다. 

구청 무인민원발급기는 주민번호 앞자리부터 모두 별표로 표시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발급기가 구석에 위치해 있어 민원인의 개인정보 노출에 세심한 주의를 귀울인 모습이었다. 

또한 서울 시내 한 대학교의 학적증명자동발급기는 기존 주민번호 입력 방식에서 학번을 입력하도록 시스템 자체를 바꿨다. 

국세청 직제(8조의2)에 따르면 납세자보호관은 납세자의 권익보호 뿐만 아니라 민원증명 서식 및 발급 절차의 개선에 관한 사항에 대해 모든 의무를 다하도록 돼 있다.  

이런 사항에 대해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민원제도계 김진업 계장은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누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번호를 별표 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납세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쉽게 노출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가능성 때문에 국세청은 이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민원인이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누르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발행기를 정중앙에 배치해 놓은 것 역시 “납세자 편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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