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적 ‘가상자산’ 규제‧육성 지양…업계의 자발적 자구안 필요

2022.04.18 23:30:31

‘투자자보호’ 육성 막는 철조망 아닌 시장 신용을 위한 안전장치
현 거래업은 기술만 탈 중앙화…운영은 찐 중앙화
이해상충‧지분분산 해결 없이는 대체거래소에 머물 것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가상자산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육성 방안만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받을 만한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오기형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조세금융신문‧한국NFT콘텐츠협회가 함께 주관한 ‘가상자산과 NFT시장 활성화 및 규율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나스닥 등 미국의 자본시장은 금융규제가 가장 강하지만, 동시에 시장에 가장 강한 신뢰성을 주기에 많은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높이려 한다”라며 “갈라파고스적인 규제와 육성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서둘러 규제를 풀어 시장 육성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지만, 어떠한 형태의 자산이든 자본시장의 근간은 신용이다.

 

이용자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시장은 처음에는 눈길을 끌 수는 있어도 얼마 안 가 침체되거나 특정 지역에 국한된 닫힌 시장이 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규제당국은 국경을 넘나드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미국 내 투자자가 영향을 받을 경우 즉각적인 제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싱가폴에 위치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이하 테라)의 미러 프로토콜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테라는 미러 이용자에게 코인을 담보로 하여 넷플릭스, 테슬라, 애플 등의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 mNFLX, mTSLA, mAAPL 등을 투자하도록 하는데 이는 증권적인 속성이 있음에도 가상자산이란 이류로 미국의 금융규제 밖에서 작동하다가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놓였다.

 

미국이 이렇게 작동한 것은 시장 신뢰가 자본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엘론 등 초대형 회계부정과 금융위기 후 강력한 투자자 보호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이렇게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미국의 나스닥 시장 등을 통해 밸류에이션 제고를 노리고 있다.

 

미국은 IT 버블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지만, 그 결과 나스닥 시장이 2.6배 커졌다. 반면 육성에 중점을 둔 코스닥 시장은 개장 이후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우리가 유럽제도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의 가상자산 법안 같은 경우도 블록체인 활성화 외에도 이면을 보면 유럽 패권 등이 다 숨어있다”며 “한국만의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국제적인 정합성에 맞지 않게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NFT 관련해선 실물에 연계된 NFT, 디지털 세계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자산 NFT, 투자 가치가 있는 NFT 등 NFT의 유형에 따라 규율할 수 있는데 이미 각 유형별 대응하는 법제가 있음에도 당국이 구체적 지침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건 공직사회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적극행정에 대한 면제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혁신적인 육성을 위한 유권해석이나 면책조항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라고 하면서도 정작 매매와 관련된 업무는 거래소가 독점하는 찐 중앙화 상황인 점을 꼬집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거래소들이 거래소를 통한 코인 직접투자인 ICO길이 막히자 코인을 간접투자하는 IEO를 먼저 풀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해상충 문제와 지분분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시장은 매매중개자의 부당한 개입과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장치를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안전 장치 없이 문부터 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란 것이다.

 

실제 거래소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개 기능, 예탁 기능, 청산‧지급 등 모든 업무를 독점하는 심각한 중앙집권형 모델이다.

 

김 연구위원은 “초기 사업모델이기에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해상충과 지분분산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면 거래업자들은 대체거래소에서 그칠 것”이라며 “미국 규제당국의 원칙을 코인베이스가 수용한 것처럼 거래업자들도 자구안을 마련해 시장신뢰를 높이는 안을 정부에 제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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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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