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보험사들 눈감고‧위조하고…LH 입찰 짬짜미의 전말

2022.04.25 17:15:08

지분 나눠주고 입찰 불참 또는 들러리 입찰 등 실행
담합 낙찰가 35억원에서 153억원으로, 4.3배 끌어올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보험사 8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보험 입찰과 낙찰 과정에서 담합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담합으로 보험사들이 챙긴 금액은 직전 년도 대비 최대 4배 가량 뛴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KB손해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MG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공기업인스컨설팅 등 보험사 8곳을 LH가 실시한 보험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억64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KB손해보험과 공기업인스컨설팅은 검찰에 고발했다. KB손해보험 실무자 2명과 공기업인스컨설팅 대표이사도 검찰에 함께 고발했다.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담합은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인한 손해를 메꾸기 위해 여러 보험사들이 서로 위법행위를 눈 감아주는 등의 형태로 가담하면서 시작됐다.

 


먼저 KB손해보험이 포항지진에 따른 1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기업인스컨설팅과 담합을 모의했다. KB손해보험과 공기업인스컨설팅은 2018년 진행된 LH의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에서 삼성화재보험을 들러리로 섭외하고, 한화손해보험과 흥국화재보험은 입찰에 불참하도록 했다.

 

해당 재산종합보험은 LH가 소유한 약 100만가구의 임대주택이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입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담합을 주도한 KB손해보험이 일종의 컨소시엄인 KB공동수급체를 만들어 낙찰을 받았고, 이외 담합에 가담한 기업들에는 ‘재재보험’ 지분이 돌아갔다.

 

재재보험은 보험가액이 클 때 보험사들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쓰는 방법으로, 원수보험사가 재보험에 가입하면 재보험사가 재재보험에 가입하는 식이다. 담합의 대가로 삼성화재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이 각각 재재보험 지분 10%, 5%를 받았다.

 

MG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담합에 가담했다.

 

이들 보험사의 담합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전세입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담합 정황이 확인됐다.

 

KB손해보험과 공기업인스컨설팅이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보험을 입찰에 불참토록 하고, 그 대가로 KB공동수급체 지분 일부를 배정해줬다.

 

해당 입찰에서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한 손보사는 KB손해보험, 흥국화재보험, 농협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이다.

 

MG손해보험의 경우 담합에 가담한 기업들에 KB공동수급체 지분을 비공식적으로 배정하기 위해 LH의 청약서, 보험증권을 위조했다. 원래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에는 지분을 배정할 수 없으므로, 지분 배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것이다.

 

담합에 따른 보험료 인상에 따른 피해는 LH주택 입주자에게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담합 결과 낙찰 금액이 전년과 비교해 배 이상 뛰었다. 재산종합보험의 경우 KB공동수급체가 낙찰받은 금액은 153억9000만원이었는데, 전년의 35억원과 비교해 4.3배 수준이다.

 

화재보험 역시 낙찰금액이 전년의 2.5배인 22억3700만원이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KB손해보험은 포항 지진 이후 담합을 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에 보험을 낙찰받은 뒤 포항 지진이 발생으로 1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는 공기업인스컨설팅과 함께 담합을 모의한 것이다.

 

공기업인스컨설팅은 KB공동수급체 참여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LH는 담합한 보험사들을 부정당업자로 등록하고,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당업자로 등록된 기업은 향후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장혜림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담합에 따라) 국민에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이 보험사 쪽으로 갔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LH의 특성상 국민 이익으로 돌아갈 몫이 보험회사로 가는 일이 없도록 감시를 강화하겠다. 주택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입찰 담합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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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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