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올해 상반기 미국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국가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처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를 통한 투자가 불법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검은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신고 기준 110억8천600만달러(약 14조4천억원)이며 이 중 케이맨제도에서 투입된 자금이 15억4천600만달러로 전체의 13.9%를 차지해 미국(29억4천600만달러)에 이어 2위였다.
미국과 케이맨제도 다음으로는 싱가포르(13억9천만달러), 일본(8억9천300만달러), 중국(8억8천8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네덜란드(7억3천100만달러), 과테말라(5억7천100만달러), 몰타(2억6천400만달러), 영국(2억4천400만달러), 버진아일랜드(2억2천100만달러)도 10위권에 포함됐다.
이들 중 미국과 싱가포르, 일본, 중국, 영국 등은 우리나라와 교역이 활발한 국가들이지만 2위 케이맨제도와 7위 콰테말라, 8위 몰타, 10위 버진아일랜드 등은 교역 규모가 미미한 편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보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對)케이맨제도 수출액은 284만달러 수준으로 전체 교역국 중 184위였다. 우리나라 수출 184위 국가가 미국 다음으로 국내에 큰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맨제도는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섬나라로 인구 6만명 수준. 과테말라와 몰타 등도 인구나 경제 규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만한 나라가 아니지만 이들 국가는 공통점은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 세금을 떼지 않거나 세율이 매우 낮은 곳으로 기업 규제도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조세회피처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도 큰 범주에서 조세회피처로 꼽히고 있어 10위권에 미국과 일본, 중국, 영국 등 4곳을 제외하면 6곳이 사실상 조세회피처다. 버진아일랜드 다음으로 11위에 랭크된 나라는 비밀 거래 보장으로 유명한 조세회피처인 스위스(1억7천200만달러)였다.
조세회피처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은 그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케이맨제도의 대한(對韓)투자액 15억4천600만달러는 10년 전인 2012년 상반기(6천200만달러)의 25배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이 5억7천100만달러인 과테말라는 10년 전에는 별도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다. 그 규모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몰타 역시 2012년 상반기 1천9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억6천400만달러로 14.1배가 됐고, 같은 기간 버진아일랜드는 5천700만달러에서 2억2천100만달러로 3.9배 늘었다.
전체 FDI가 2012년 상반기 71억7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10억8천600만달러로 56.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들 국가의 한국 투자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중국과 미국은 373.7%, 134.5% 각각 늘었고 일본은 오히려 66.2% 줄었다.
조세회피처는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절세를 위해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워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세회피처가 종종 자금세탁이나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만큼 일반적인 국가 간 거래보다는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세회피 지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자금은 주로 인수합병(M&A) 등의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세회피처 투자자 중 일부는 세금 회피 등을 위해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다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표]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 상위 30위 국가 (단위: 천달러)
2022년 상반기 | 2012년 상반기 | ||
국가 | 신고금액 | 국가 | 2012상반기 |
미국 | 2,946,390 | 일본 | 2,637,269 |
케이맨제도 | 1,546,149 | 미국 | 1,256,707 |
싱가포르 | 1,390,238 | 홍콩 | 567,931 |
일본 | 892,663 | 싱가포르 | 379,926 |
중국 | 887,950 | 네덜란드 | 335,191 |
네덜란드 | 731,164 | 영국 | 292,237 |
과테말라 | 571,182 | 룩셈부르크 | 244,651 |
몰타 | 263,759 | 스웨덴 | 198,565 |
영국 | 244,109 | 중국 | 187,440 |
버진아일랜드 | 221,477 | 독일 | 158,698 |
스위스 | 171,964 | 캐나다 | 138,538 |
홍콩 | 160,371 | 프랑스 | 112,733 |
스페인 | 151,347 | 호주 | 112,487 |
호주 | 147,170 | 러시아 | 91,229 |
독일 | 106,830 | 말레이시아 | 81,742 |
룩셈부르크 | 74,098 | 케이맨제도 | 61,714 |
파키스탄 | 62,482 | 버진아일랜드 | 57,067 |
아일랜드 | 51,185 | 스위스 | 28,058 |
캐나다 | 51,031 | 덴마크 | 26,526 |
아랍에미레이트 | 50,939 | 태국 | 20,841 |
이라크 | 50,874 | 몰타 | 18,658 |
프랑스 | 46,479 | 아일랜드 | 14,682 |
이탈리아 | 44,321 | 파키스탄 | 12,982 |
바베이도스 | 40,000 | 대만 | 12,024 |
스웨덴 | 17,870 | 인도 | 8,547 |
이스라엘 | 15,332 | 이탈리아 | 6,034 |
러시아 | 12,583 | 인도네시아 | 5,745 |
리비아 | 7,572 | 몽골 | 3,950 |
대만 | 6,837 | 스페인 | 3,860 |
말레이시아 | 5,530 | 나이지리아 | 2,986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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