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종교적인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면접 일정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불합격한 수험생의 이의 제기가 마땅하다고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임모 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학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 일부를 최근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
임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 로스쿨 입학시험에 지원해 서류 평가에 합격했다. 전남대는 임씨의 면접 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해 통보했다.
임씨는 자신이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이기 때문에 면접에 응시할 수 없다며 일정을 토요일 일몰 이후로 변경해달라고 대학에 요청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해 시험 응시를 비롯한 세속적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전남대는 임씨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면접에 응시하지 않자 불합격 처리했다. 당시 임씨의 학사·공인영어·법학적성시험 점수는 최종합격자 중 상위권에 해당했다.
임씨는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는 (면접) 방법이 있는데도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어 학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했다. 전남대가 불복했지만 대법원 역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는 게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차별 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된다"며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불이익 해소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정도가 재림교 신자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적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임씨의 사례에서는 지필 시험과 면접시험의 차이에 주목했다. 지필 시험은 모든 응시자가 동시에 치러야 하나 면접은 개별적으로 순서대로 진행되므로 임씨의 면접 시간을 변경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면접 시간을 변경하더라도 그로 인해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불합격 처분도 마찬가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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