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2015년 담배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면서 인상 전 공장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높은 부담금을 물린 시행령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무효라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낸 '폐기물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23일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설시했다.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2014년 11월 예고했다. 이후 2015년 2월 3일 옛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을 개정해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도 7원에서 24.4원으로 올렸다.
그런데 정부는 부칙을 통해 부담금 인상의 적용 범위를 '2015년 1월 1일부터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로 정했다. 개정일인 2월 3일 이전에 공장 등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시행령을 소급적용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제·개정된 법률을 그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소급입법은 헌법상 금지된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이 사건 개정규정(폐기물부담금 인상)을 2015년 1월 1일부터 2월 2일(개정일 전날)까지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하여도 소급해 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른 담뱃세와 달리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적시에 하지 못한 탓"이라며 소급입법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즉 필립모리스가 2015년 2월 3일 이전에 공장 등에서 반출한 담배에는 24.4원이 아닌 기존 7원의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명령이나 규칙의 위헌 여부는 대법원에 심판권이 있고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가 심리·판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명령에 대한 위헌 판단은 판결서 중 판결 이유 부분에 적는데, 이번에는 주문과 이유 사이에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명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당사자들을 비롯한 관계 행정청, 일반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최초로 별도의 항목으로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필립모리스가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편법으로 담배를 공장 등에서 반출했다가 정부 당국에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담뱃값과 함께 관련 세금과 부담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필립모리스는 담배를 임시 창고로 옮기거나 허위로 전산을 입력해 반출된 것처럼 가장하고, 인상 전 세금과 부담금을 냈다. 이후 해당 담배를 인상된 가격으로 도매업자 등에게 판매했다.
담배에 대한 세금이나 부담금은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때를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정부는 임시창고로 옮기거나 전산 입력을 한 것은 '반출'로 볼 수 없다고 보고 필립모리스에 세금과 부담금 차액을 부과했다.
필립모리스는 과세와 부담금 부과 처분에 각각 불복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작년 7월 세금 소송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정부 당국의 손을 들었다. 담배가 실제로 도매업자 등에게 넘어가기 위해 반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대법원은 부담금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2015년 2월 3일 이후 반출된 담배에 대해 인상된 금액(24.4원)을 적용해 부담금을 다시 계산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