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처녀총각 외모의 건강한 중년 부부가 농촌마을에서 농사 짓고 살면서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찻길 동물 사고(Road Kill)’과 산불 위험에 노출된 야생 동식물들까지 돌봐온 공로로 지방경찰로부터 감사상을 받아 화제다.
나란히 40대였던 5년전, 유기농 등 자연의 삶이 좋아 경상북도 대표 오지인 울진군 금강송면 왕피리에 터를 잡은 건강한 부부는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사고를 기민하게 수습하고 미리 예방하는 ‘돌봄’을 실천, 알음알음 미담의 주인공이 됐다.
친환경 농업단체인 돌나라 한농복구회는 13일 “왕피 자율방범대 홍지희, 김동현 부부가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각종 안전 봉사활동을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3년 12월31일 경상북도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10여년 전 홍씨 부부는 제초제와 화학합성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유기농법으로만 농사를 지으며 환경과 사람, 모두가 살기 좋은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친환경 농업단체인 돌나라 한농복구회를 만났고, 두메산골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는 회원들과 물심양면으로 교류하면서 행복한 삶의 터전을 꾸려왔다.
그런데 오지마을에서 작은 사고라도 나서 경찰을 불러도 빨라야 1시간30분이 걸리다 보니 왕피리 주민들의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남달랐다고 한다. 홍씨 부부는 지난 2021년 뜻 있는 지역 청년들을 모아 숙의 끝에 자율방범대를 결성했다.
우선 지역을 관통하는 차도에서 과속을 방지하는 교통안내 캠페인과 지역 순찰 등의 범죄예방 활동을 시작했다. 직접 순찰을 돌면서 파악한 위험지역을 잘 기록해 경찰과 지자체에 위험해소를 위한 조치를 개선해 달라는 건의도 했다. 자율방범활동을 위해 오가는 길에 주민 우편물과 소포, 택배 등을 대신 가져다 주는 봉사활동도 자연스레 하게됐다.
때로 이웃끼리 다툼이 생기면 중재하고 화해를 이끌어냈다. 산불예방과 과속사고예방활동은 사람 자신 뿐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안전도 함께 도모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왕피리는 국내 최대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간혹 산양이 도로에 뛰쳐나오는 것. 왕피천에는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수달과 원앙이 노닐고, 그 유명한 금강소나무 등 각종 멸종위기 동식물이 가득하다. 더불어 사는 동식물 보호까지 빈틈 없는, 말 그대로 ‘만능 보안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홍씨 부부는 남편 김씨가 대장, 부인 홍씨가 대원으로 활동했다. 2023년 남편 김씨가 먼저 경북경찰청장 감사장을 받았고, 꼭 한 해 뒤 부인 홍씨가 똑 같이 지방경찰청장 감사장을 받았다.
부부의 활약 덕분에 왕피 자율방범대는 상도 많이 받았다. 방범대 창립 5년차로 접어들 때까지 지금껏 지방경찰청장 감사장 2회를 비롯해 울진군수 표창 3회, 울진경찰서장 감사장 3회, 경상북도 도의회 의장 표창 1회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경북지역에서는 명품 자율방범대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돌나라 한농복구회 홍씨 부부는 농사를 지을 때 제초제와 화학합성 농약,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홍지희 왕피 자율방범대원은 본지 통화에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만 농사를 지으며 환경과 사람, 모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좋은 곳에서 쉬려고 왕피리에 왔는데, 지금은 크고 작은 일이 많아져 바쁘다. 하지만 뜻 깊은 일로 보람이 크고 상까지 받으니 쉬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우리 가족만큼 행복한 왕피리를 만들면 행복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