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장기간 스테로이드 투여 후 발생한 고관절 무혈성괴사의 상해 인정 여부

2025.07.29 10:41:49

(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체내의 면역 및 염증 반응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 숙주의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이를 약물로 만들어낸 것이 스테로이드제이며, 주로 소염제의 역할로 사용된다. 초기에 신속하게 증상을 개선시킨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 장기간 투여 시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오늘 다루는 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또한 스테로이드의 장기간 투여 또는 지나친 음주에 의해 높은 발병률을 보이게 된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라 함은 골반뼈와 맞닿고 있는 넓적다리뼈의 윗쪽 끝부분(골두)에 다양한 원인으로 혈류가 차단되면서, 결국 골두가 괴사되는 질환을 말하는데, 문제는 괴사된 골두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로 진단이 되면, 관절 기능을 재생시키기 위해 인공관절 삽입술을 시행하게 된다. 인공관절 치환술 또는 인공관절 삽입술을 통해 새로운 인공 대퇴관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삽입된 인공관절에 대해 보험약관 장해분류표에서는 ‘한 다리의 3대 관절 중 관절 하나의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라고 정의하며, 가입된 후유장해진단비 한도에 해당 지급률을 곱한 값을 장해진단비로 지급하게 된다.

 

문제는 가입 담보의 ‘보장 범위’에서 발생한다. 보험사에서 보상하는 후유장해 담보는 대개 상해 또는 재해에 기인한 장해 상태만을 인정한다(물론 질병후유장해 담보도 존재하지만, 판매 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가입자가 많지 않다).

 


그런데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함으로써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상해의 정의(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험사의 입장이다. 사례를 통해 이해해 본다.

 

[사례]

A씨는 자가면역질환 진단으로 약 6개월에 걸쳐 50회의 스테로이드 투약 치료를 하였다. 이후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한 A씨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진단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한 후에 보험회사에 후유장해진단비를 청구하였으나, 보험사에서는 후유장해의 원인이 상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해진단비 지급을 거부하였다.

 

사례에서 보험사의 논리는 관절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이유가 ‘상해’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험약관에서 정한 상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 세 가지 요건 모두에 부합해야만 한다.

 

때문에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한 이유, 즉 특정 질병으로 인하여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것은 급격하지도, 우연하지도 않은 발병이며, 외부에 의한 발병이 아닌 인체 내부에서 발생한 점에 근거하여 상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판례에서는 보험회사의 주장에 대해 이와 같이 판시한 바 있다.① 약물에 의한 부작용의 경우, 그 부작용을 예상할 수 없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급격하게 상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며,②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 사고에 대해 우연성이 인정되고,③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스테로이드제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이므로 외래성 또한 인정하였다.

 

정리하여, 비록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통사고나 낙상, 충격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스테로이드제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예기치 않게 발생한 무혈성괴사에 해당이 된다면 얼마든지 상해 또는 재해로 인정받고 관련 장해진단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보험은 전문 분야지만, 만드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늘 허점과 논란이 존재한다. 이러한 허점과 논란을 종식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그들의 숙제를 스스로 채점해서는 안 된다. 그 몫은 소비자에게, 그리고 법원에게 남겨두는 것이 우리의 건강한 보험문화를 구축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니겠는가.

 

[프로필] 최윤근 손해사정사

•現) ㈜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前) 마에스트로 법률사무소

•前) ㈜동부화재 사고보상팀

•前) ㈜에이플러스손해사정

•사)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사)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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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근 손해사정사(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thesunnycla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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