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감사원이 지난해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대구지방국세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감사에서 위법·부당 사례 30건과 함께 597억원 규모의 세수 누수가 확인됐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감사 결과는 올해 1월 15일 감사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금액이 아니다. 동일한 세법을 두고 지방청과 법인별로 서로 다른 해석이 적용됐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국세청은 수년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감사는 일선 세무의 실패가 아니라, 조세 정책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점검하라는 신호다.
문제의 중심에는 국가전략기술사업화시설 투자 세액공제가 있다. 반도체·2차전지 같은 전략 산업에 투자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지만, 추가공제 산정 방식은 현장마다 달랐다. 일반투자와 전략투자를 합산할지 분리할지조차 통일되지 않았고, 2021년 하반기 투자액을 어떻게 환산할지도 제각각이었다.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하나의 합리적 기준을 적용할 경우 29개 법인에서 1,269억원을 더 걷어야 하고, 반대로 9개 법인에는 490억원을 환급해야 한다. 이는 일부 기업의 편법 문제가 아니라, 정책형 조세제도가 중앙 통제 없이 현장 재량에 맡겨졌다는 구조적 실패다.
더 큰 문제는 대구지방국세청 사례가 국세청 전반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앞선 별도 감사에서 국세청의 체납 징수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누적 체납액을 줄이기 위해 법적 기준을 무시하고 1조4천억원 이상의 체납 세액을 위법·부당하게 탕감한 사실도 적발했다.
국세청은 2020년 누적 체납액이 122조원에 달하자 이를 100조원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각 지방청에 일률적인 감축 목표(20%)를 할당했고, 이후 체납세액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임의로 적용해 고액 체납자의 세금을 소멸 처리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지방국세청이 고액 체납자의 압류 재산(명품 가방·와인 등)을 해제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풀어준 사례도 드러났다. 숫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 우선되면서, 정작 조세 징수의 기준과 원칙은 훼손됐다.
세무조사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우자공제 계산 오류로 상속세 7억원이 빠졌고, 특정 법인 거래 이익을 증여로 보지 않아 증여세 59억8천만원이 누락됐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에서는 과세요건을 충분히 따지지 않고 외형만 보고 판단해 법인세·양도세 51억원이 증발했다.
심지어 부동산 과다보유 법인의 과점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각했는데도 누진세율 대신 단일세율을 적용해 양도소득세 308억원을 덜 걷은 사례도 확인됐다. 자료는 있었지만 판단은 없었고, 절차는 있었지만 책임은 없었다.
감사원이 집계한 미징수 규모는 597억원이다. 그러나 더 큰 손실은 조세 행정에 대한 신뢰다.
같은 법을 갖고 누구는 더 내고, 누구는 덜 낸다면 기업은 투자 전략보다 ‘운’을 계산하게 되고, 성실 납세자는 허탈해진다. 조세 행정의 핵심인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이 동시에 무너진다.
이번 감사원 감사가 국세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국가전략기술처럼 정책성이 강한 세제는 반드시 중앙에서 해석 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신고내용 검증은 단순 확인이 아니라 세율·요건 자동 판별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셋째, 세무조사는 건수 경쟁이 아니라 법리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조사 강화만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 필요한 것은 기준 정립과 관리 체계의 전면적 개편이다.
이번 감사는 대구국세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사원이 전국적 사례를 잇따라 들여다본 이유다. 조세 정의는 “얼마를 더 걷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디서 같은 기준으로 과세받았느냐에서 시작된다.
국세청이 이번 사안을 환수와 징계로만 봉합한다면, 세수 누수는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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