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출처 조사와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수자에 대한 자금소명 부담이 동시에 커지며 거래를 늘려야 할 시점에 오히려 거래를 위축시키는 ‘엇박자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은 대출 규제 강화, 보유세 부담, 거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다. 여기에 자금출처 소명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매수자 입장에서는 거래 자체에 대한 심리적·행정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확대되며 매수 자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장에서는 단순한 세무조사 여부를 넘어 ‘조사 가능성’ 자체가 거래 리스크로 인식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거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자금 소명 요구나 조사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매수자 입장에서는 의사결정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다.
◇ 자금출처 압박에 매수 위축 본격화…거래 ‘멈춤’ 신호
실제 현장에서는 자금출처 관련 상담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세무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매수자가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세무 상담을 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장원 세무사(법무법인 리치 소속)는 “최근에는 중개사가 매수자와 함께 와 자금조달계획서 작성부터 상담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과거보다 자금소명 요구가 늘어난 체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금조달계획서를 둘러싼 실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형식적인 수준에서 작성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금 흐름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받는 사례가 늘면서 매수자들이 사전에 세무 상담을 받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 통칭하는 ‘세무조사’와 실제 절차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 직후 곧바로 국세청 조사가 이뤄지기보다는 자금조달계획서 검토와 소명 요구가 먼저 이뤄지고, 소명이 미흡할 경우 이후 조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박현순 세무사(세무법인 KNP파트너)는 “통상 구청과 부동산원 등에서 자금출처 소명을 먼저 확인하고 이후 국세청이 전산 분석을 통해 필요시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라며 “절차 자체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근에는 자금조달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매수자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금조달계획서를 형식적으로 작성하거나 단순 기재에 그칠 경우 소명 요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최근에는 사전 상담을 통해 계획서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성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매수자들이 매도인과 협의해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의 거래까지 등장하는 등 시장 내 자금 흐름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기존 금융권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우회적 자금조달’로 해석된다.
◇ “입증 책임 매수자에”…거래 구조 자체 바뀌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절차 강화 수준을 넘어 거래 구조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자금조달계획서 체계가 정착되면서 매수자가 거래 단계에서 자금의 출처를 사전에 설명해야 하는 구조가 강화됐다. 과거에는 세무당국이 사후적으로 이상 거래를 선별해 조사에 나섰다면, 최근에는 ‘입증 책임’ 또는 ‘사전적 소명 의무’가 매수자에게 넘어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래 과정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거래 과정에서의 행정 부담이 커지면서 실수요자까지 거래를 주저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를 넘어 자금의 형성과 이동 과정 전체를 설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거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국세당국의 거래 분석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소득과 자산 대비 과도한 부동산 취득 여부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환경도 형성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전산 기반 검증 체계 강화가 매수자들이 체감하는 조사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조사 여부’보다 ‘조사 가능성’ 자체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국세청 “탈루 혐의 중심”…시장과 온도차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부동산 세무조사가 특정 지역이나 가격대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취득 자산의 절대 가격보다는 소득과 재산 수준 대비 취득 여력, 그리고 탈루 혐의 여부가 조사 대상 선정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비규제지역이라고 해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즉, ‘10억이면 괜찮고 30억이면 조사한다’는 식의 단순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별 거래의 자금 흐름과 소명 가능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원칙과 별개로 체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PCI(소득-지출 분석 시스템) 등 고도화된 전산 기반 검증 인프라가 정교해지면서 조사 가능성 자체가 높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과 시장 간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 거래 위축 넘어 구조 왜곡…증여·외곽 이동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거래 감소를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 출처 소명 부담이 커질수록 일부 수요가 가족 간 증여나 부담부 증여 등 우회 방식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일반 매매 거래는 위축되고 시장 내 거래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일반 매매 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증여나 가족 간 거래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시장 가격 형성 과정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리스크로 지적된다.
또한 매수 심리 위축은 수요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구리와 동탄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거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며 일부 단지는 10억원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자금조달 부담과 규제 회피 심리가 결합된 ‘풍선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서울에서 거래가 막히면 결국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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