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펀드 명가 보고펀드, 어쩌다가 ‘디폴트’

2014.07.25 15:48:53

채권단,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지분 매각 추진

 

(조세금융신문) 토종펀드로 명성을 날리던 보고펀드가 투자실패로 디포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인수금융을 제공한 채권단에 2400억원 규모의 대출금과 이자를 만기인 25일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채권단은 대출 만기를 더이상 연장하지 않고 담보로 잡았던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지분 29.4%를 채권단 공동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의 지분을 51% 보유한 LG그룹과 상장실패를 둘러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법정싸움에 들어갔다.



LG실트론 인수금융 채권단 10개 금융사는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인수금융(대출) 만기일인 이날까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이 자금에 대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고, 보고펀드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29.4%를 채권단 공동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옛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내며 최고의 금융엘리트로 이름을 날리던 변양호 대표와 리먼브더더스 한국대표를 지낸 이재우 대표가 설립해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명성답게 설립 이후 동양생명과 아이리버, BC카드, 비데업체 노비타, 한국 버거킹, LG실트론 등 굵직한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하며 대표적인 토종 사모펀드로서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LG실트론의 ‘투자실패’는 보고펀드를 한 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는 LG실트론이 경영악화로 적자기업으로 돌아선 데다 인수 후 줄곧 추진해온 기업공개도 증시여건이 여의치 않아 불발에 그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고펀드는 2007년말 KTB PE와 함께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우리은행·하나은행·KT 캐피탈·KDB캐피탈·농협캐피탈 등 10개 금융사에 3년 만기로 2250억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은행권이 제공한 인수금융이 1350억원이며, 제2금융권이 900억원의 자금을 댔다.


그러나 LG실트론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투자금 회수는 커녕 차입금에 대한 이자까지 연체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LG실트론은  2010년 1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80억원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만에 작년 한해보다 많은 22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보고펀드는 인수이후 지금까지 쌓인 연체 이자와 원금을 포함해 총 2천400억원 가량을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 상환해야 한다.


현재 LG실트론의 투자에 돈을 댔던 금융기관들은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으면서 보고펀드에 실망하면서 원성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보고펀드가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원매자를 찾아 투자지분처분 등의 대책을 서둘렀으면 위기를 피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펀드는 디폴트 위기까지 오게 만든 LG그룹에 서운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LG그룹이 동의만 해줬더라도 위기상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LG실트론은 지난 2011년 IPO를 추진했으나 증시 악화로 계획을 철회했고, 이듬해에 다시 재추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까지 청구했으나 지난해 초 희망공모가를 받기 어려워지자 돌연 철회하는 등 보고펀드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게다가 당장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보니 지분 인수 희망자를 찾기가 여의치않아지면서 결국 디폴트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보고펀드, LG와 구본무 LG 회장 및 관련 임원 상대 법정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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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상장절차 중단으로 인한 투자실패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LG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 투자와 관련해 (주)LG와 구본무 LG 회장 및 관련 임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보고펀드 측은 "지난 2010년 (주)LG와 주주간 계약을 통해 LG실트론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상장을 추진했다"며 "이듬해 하순 구 회장의 지시로 상장추진이 중단됨으로써 투자금의 회수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 LG실트론의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실적악화와 시장상황의 변화로 상장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투자금 회수와 유동화 기회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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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선 기자 blessyu@tf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