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범죄 목적으로 여럿이 모은 돈을 누군가 개인적인 용도로 써버렸다면,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걸 수는 있어도 돈을 쓴 사람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20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5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1월께 피해자 2명과 함께 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로 약정한 뒤, 두 사람에게서 투자금 2억5천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당초 만들기로 한 협동조합은 병원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세 사람의 갈등으로 좌초됐다. 이후 A씨는 투자금을 두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고 2억3천만원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 1심은 A씨의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형량을 6개월로 낮췄다. 이 재판에 앞서 A씨는 피해자 두 사람 중 1명에게서 2억2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재판부는 이 부분은 면소(사법 판단 없이 형사소송을 종결함) 대상이라고 보고 나머지 금액의 횡령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한 회사의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과거 다른 회사와 맺은 계약에 대해 해지 의사를 밝혔다면, 이후 회생절차가 폐지되더라도 계약은 무효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원고 A사가 피고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사는 2017년 B사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유럽 10개국 독점 총판권을 갖는 대가로 B사에 200억원을 지급하는 총판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A사가 지급기일까지 돈을 내지 않자 B사는 A사 소유 부동산 등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섰다. 이후 A사 주주들의 신청에 따라 2019년 3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A사의 관리인은 B사에 "총판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그러나 A사의 회생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회생계획 인가 전 폐지 결정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반복됐다. A사는 이미 총판 계약이 해제된 것이라며 B사가 이미 받아간 계약금 2억원과 강제집행으로 가져간 공탁금청구권도 넘겨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에 교부하는 교육경비보조금에 하한을 설정하도록 한 '서울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1일 서울시 및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서울시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시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당 조례안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조례 개정안은 교육경비 보조금 규모를 해당 연도 본 예산 세입 중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 금액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조례에서 교육경비보조금 규모를 해당 연도 본 예산의 세입 중 '보통세의 0.6% 이내'로 규정하던 것을 개정 조례에서는 비율의 하한을 둬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로 바꿨다. 기존에는 교육경비보조금을 보통세의 0.6% 이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지만, 개정 조례에 따르면 반드시 0.4% 이상으로 배정해야 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2020년 10월 발의돼 그해 12월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교육경비보조금은 교육청에 교부돼 유치원·학교·학생 교육 등에 쓰인다. 예산 규모는 1년에 약 500억∼600억원이다. 서울시는 개정 조례안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 권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놓고 실제로 인수 대금이 납입되지 않았다면, 발행 규모 전체를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놨다. '자금 돌려막기' 수법으로 1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57) 신라젠 전 대표에게 2심까지 내려진 징역 5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2심에서 인정된 배임액 10억5천만원이 350억원 규모로 커지면서 문 전 대표를 비롯한 관여자들의 처벌 수위 상향이 불가피해졌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회사가 외형적으로 인수대금 상당의 금전채권을 취득했더라도 그 거래가 정상적·합리적인 회사 영업활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수인 등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인수대금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납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경우 인수인은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고서도 BW를 취득해 인수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게 되는 반면,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재개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되는 세대수를 산정할 때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독립 가구로 계산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서울 은평구 A 재개발조합이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조합은 지난 2020년 은평구에 1천464세대를 분양하는 규모의 정비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구청은 조합에 11억8천여만원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다. 학교용지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택지개발 등 사업자에게 해당 지역 학교용지 확보를 위해 일정 금액을 부담시킬 수 있다. 부담해야 할 액수는 '새로이 분양하는 세대수'에서 '기존 거주하는 세대수'를 뺀 값을 기준으로 정한다. 임대주택 분양은 증가분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조합과 구청의 계산식이 달라 문제가 됐다. 조합은 기존 세대수를 '1천195세대'로 계산했다. 이 경우 임대주택 분양분을 제외하면 증가하는 세대수가 없으므로 부담금을 낼 필요가 없다. 반면 구청은 기존 세대수를 '850세대'라고 봤다. 이는 교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보증금 돌려받을 권리를 타인에게 넘긴 세입자가 이를 모르는 건물주에게서 보증금을 받아 써버려도 횡령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과거 판례를 뒤집었다. 이 건 관계자 간 민사 소송으로 다투는 건 몰라도 형사처벌까지 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1999년의 유죄 인정 판례를 변경시킨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3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4월부터 1년 동안 한 건물 1층을 보증금 2천만원과 월세 100만원에 계약하고 식당을 운영했다. 그는 계약 종료 전인 2013년 11∼12월께 현금과 토지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반환채권)를 B씨에게 넘겼는데, 건물주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계약이 끝날 무렵 건물주는 A씨에게 보증금 2천만원 중 밀린 월세와 관리비 등을 뺀 1천100여만원을 줬다. A씨는 이 돈을 생활비 등에 썼다. A씨는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교환계약서와 양도계약서가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A씨에게 벌금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전국의 학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학교안전공제'와 달리, 학교가 개별 가입하는 '학교배상책임공제'는 가해자 측 보험사에 구상권을 전액 행사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내놨다. 22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공제중앙회)가 보험사 두 곳을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중학생 A군은 2015년 축구 동아리 수업을 위해 학교 바깥 축구장으로 이동하던 중 인도를 걷고 있던 피해자 B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어깨로 부딪쳤다. 충격으로 쓰러진 B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중증 뇌 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4개월여 만에 사망했다. B씨 측은 ▲ A군의 부모 ▲ A군이 가입한 보험사 두 곳 ▲ 학교의 설립·운영 주체인 경기도 ▲ 공제중앙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이에 공제중앙회는 B씨 측에 우선 공제금 1억원을 지급한 뒤, 공제중앙회의 피공제자(보장 대상)인 A군이 일상생활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한 보험사 두 곳에 공제금 전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학교안전법은 학생과 교직원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유사업종이 아닌 계열사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를 조세부담 회피로 보고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행정법원 판례가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DB저축은행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DB저축은행은 다른 9곳의 계열사와 함께 그룹 상표권을 보유했는데, 과세 당국인 남대문세무서는 동부그룹이 세금을 피하려 계열사끼리 주고받아야 할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고 세금을 물렸다. 당국은 2015년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받지 않은 상표권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경정했고, 그 결과 DB저축은행은 전체 사용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4억여원을 받았어야 한다며 총 6억8천여만원의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DB저축은행이 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동부그룹이 조세부담을 피하려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세금 산정 방식이 잘못돼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세를 취소하고 세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가 상표권자로서 상표권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국가 배상금이 과다 지급됐으니 환수하라"는 대법원의 판례변경에 따라 배상금 일부와 지연 이자를 토해내야 했던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한 피해자가 수억원대 지연 이자를 면제받게 됐다. 갚아야 할 원금보다 이자가 더 커지면서 국가가 '빚 고문'을 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정부가 원금만 받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법무부는 20일 한동훈 장관 지시로 '초과 지급 국가배상금 환수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인혁당 피해자 이창복(84) 씨가 국가에 갚아야 하는 과다 배상금의 지연 이자 납부를 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국가에 반환해야 할 원금 5억원을 분할 납부하면, 그동안 발생한 지연손해금(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 확정시까지 연 5%, 그 이후 연 20%) 약 9억6천만원은 면제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재심에서 누명을 벗고 국가배상금 가지급금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정보원이 배상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유신정권의 대표적 조작사건인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76명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2심 판결에 따라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환자의 개별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9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을시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기각으로 확정했다. A보험사에서 질병통원실손의료비(외래), 질병통원실손의료비(처방조제), 상해질병입원실손의료비 등을 담보하는 보험에 가입한 B씨는 2019년 8월 9일 서울의 한 안과 의원에서 노년성 백내장 진단을 받고, 같은 달 16일에 왼쪽 눈, 17일에는 오른쪽 눈에 대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B씨는 자신이 받은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A보험사 측은 통원치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B씨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보험은 입원치료시 입원 의료비 지급 대상으로서 가입금액 5천만원 한도가 적용되지만, 통원치료시 통원의료비 지급 대상으로서 가입금액 25만원 한도만이 적용됐다. 1심은 "입원치료가 인정된다"며 B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