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한은, 기준금리 1.75%로 전격 인하…사상 첫 1%대 금리

가계부채 증가세 가속 우려 커져…경기진작효과 없이 부작용만 키울수도

 

한은.jpg
한국은행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는 기존 2.00%에서 0.25% 낮춘 1.75%로 조정한 가운데 이주열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전한성 기자>

 

(조세금융신문) 기준금리가 사상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다. 대부분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은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최근 급증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사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보다 경기부양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12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1.7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차례 인하를 더하면 8개월세 0.75%가 떨어졌다.

 
디플레 우려가 한은의 고심을 깊게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이례적인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린 데에는 물가가 매우 낮고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 통화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52% 올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0.8%에 이어 3개월째 0%대로, 절대적인 수준으로 보면 0.3%를 기록한 1999년 7월 이후 15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담뱃값을 2천원 올린 데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마이너스(0.52%-0.58%)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저성장·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 논란과 세계 각국이 양적 완화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불거진 ‘환율 전쟁’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유럽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자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 유럽, 일본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도 위험 요인으로 금리 인하 결정에 작용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번 금리인하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자극해 부진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칫 부작용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심각한 우려를 사고 있는 가계부채 급증문제다. 당장 지난해 단행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지난 2월 중 가계의 은행 대출 증가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작년 2월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로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가계에 대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566조원으로, 한달 전보다 3조7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집계가 개시된 2008년 이래 2월 중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종전 최대는 2009년 2월의 2조6천억원이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413조6천억원)은 2월 한달간 4조2천억원 늘면서 2월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으로는 종전 최대인 2009년 2월의 3조1천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년 2월중 증가폭은 평균 1조3천억원 수준이었다.

 
문제는 부동산에 자금이 묶이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더욱 제한될 수 있으며, 풀린 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려 전세가격을 올리고 집값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않다는 점이다.

 
아울러 미국이 6월 금리 인상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로 자본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그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근거가 됐던 '인내심(patient)'이라는 성명서 문구가 삭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미국이 6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풀렸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환류하기 시작하면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가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가계부채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 정책보다는 금융당국을 통한 미시적인 관리 감독 강화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