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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정치금융’에 멍드는 ‘창조금융’

우리‧KB금융, 서금회 출신 무더기 내정…금융권 낙하산 인사 도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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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금융권에 다시 정치권 입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금융과 무관한 정치권 인사와 서금회 출신의 낙하산 인사투입으로 한국금융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사건이후 관피아 인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관료출신들의 금융권 진출이 어려워지자 정치권 출신들이 무주공산인 금융권 요직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과는 전혀 무관한 전직 국회의원 출신 또는 대통령과 가까운 특정대학 동문 출신, 아니면 정권실세와 '끈'이 닿아있는 인사들이 금융당국과 사전조율없이 통보하고 특정인을 내려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등 4명을 선임했다.


이들 4명 중 3명이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사다. 특히, NH투자증권 상무, 유진자산운용 사장 등을 지낸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같은 서금회 출신이며, 서금회 현 회장인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보다 2년 선배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했으며, 대선 때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


행장에 이어 사외이사까지 '서금회'출신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견제와 감시기능을 통한 투명경영 담보'라는 사외이사 자리의 본래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사외이사들 역시 '정피아'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일화 고문은 1971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 등 당의 요직을 두루 맡았다. 지난해 6월 산업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오늘 6월 임기가 끝나지만, 임기 종료 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다.


천혜숙 교수의 경우 정치권 출신은 아니지만, 남편이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으로 정치권 인물이나 다름없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경력이 없는 정수경 변호사를 은행 전반의 부실과 비리를 감시할 상임감사로 선임해 '정피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정 감사는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순번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도 연임이 확실시되던 이순우 전 행장을 제치고 갑자기 행장에 선임된 것도 ‘서금회’ 배경때문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제 사외이사까지 서금회 아니면 정치권 인사가 차지하고 있다“며 "정치금융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또한 KB금융지주의 경우 최근 대선 캠프 출신을 ‘꽂으려는’ 노골적인 정치권의 압력으로 다시금 몸살을 앓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지주사 사장직을 되살리려 하자 정치권이 영남지역에 지역구를 둔 ‘원조 친박’ 인사 18대 국회의원 출신 인사를 선임하라는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금융 측이 해당 인사가 금융지주사 관련 경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자 정치권은 전직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대선 캠프에 발을 담궜던 인사를 재 추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KB 내분 사태 수석부행장인 핵심 당사자로 책임론이 불거져 물러난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5일 KB금융지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됐다.


박 내정자는 서금회 회장을 맡은 바 있는 등 서강대 인맥의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서금회의 창립 멤버로 2007년 창립 때부터 6년 동안 회장직을 맡았다.


또한 오는 15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의 후임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출신으로 전형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 교수가 내정됐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B금융 등 금융권의 정치권출신 낙하산인사문제와 금융당국이 민간금융사들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 후보자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 금융회사의 채용 기준은 전문성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임 후보자는 그야말로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고 결코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명쾌한 해법과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경우에 따라선 인사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B금융 등 금융권의 정치권출신 낙하산인사문제와 금융당국이 민간금융사들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 금융회사의 채용 기준은 전문성이어야 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금융권의 정치권출신 낙하산 인사에 대한 임 후보자의 두루뭉술한 답변에 야당 의원들의 추궁은 계속됐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강기정 의원은 “그동안 금융위원장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청와대 등의 압력으로 소신이 꺾여왔다. 믿어달라는 말만 하지 말고 ‘대국민선언’ 등 대책을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김기식 의원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인사 압력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금융위 고위 관계자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취할 계획이 있느냐”며 구체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 후보자는 이들 질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금융권은 청와대의 인사압력에 의한 금융당국의 인사개입에 대한 답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후보자가 야당 의원의 추궁에도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압력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없다는 어려운 처지를 침묵으로 대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야말로 원론적인 수준이고 역대 고위 금융당국자들이 국회 등에서 유사한 발언을 하고도 지키지 않아온 전례에 비추어 임 후보자가 과연 금융사인사에 개입하지 않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런 낙하산 논란은 정부나 금융권이 현재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려는 의지가 부족하기에 생기는 것”이라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권에 이처럼 정치금융이 기승을 부릴 경우 금융개혁과 금융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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