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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금피아 출신, 금융권 취업 전면 금지

세월호 참사, 관료출신 낙하산 원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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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그동안 금융권 인사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인사를 선임시키도록 무언의 압력을 행사해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모피아(재무관료 출신)와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들의 금융권 취업이 전면 금지된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중 하나가 관료출신들이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등 관련기관 최고 경영자에 선임되면서 업계 이익에만 치중한 결과 제대로 된 검증과 감독을 하지 못한 점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비난여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세월호 참사로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금융당국 고위직의 금융사 이동이 올 스톱됐다"면서 "워낙 분위기가 좋지 않아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공석이지만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관료로 사실상 내정됐던 손해보험협회장과 주택금융공사 사장 자리는 불투명해졌다.


사실 관료 및 금융당국 출신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사태에 이어 2009년 키코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지난해 동양 사태와 올해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까지. 금융소비자들의 대규모 피해를 유발한 사건사고의 주요 배경에는 모피아·금피아 낙하산 인사에 따른 폐해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모피아 왕국과 관치금융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3개 주요 금융회사에 재직한 기획재정부 및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는 124명에 달한다.


금융지주·은행·보험·증권의 상위 3~5개사를 분석한 결과 모피아 출신은 모두 86명, 금피아 출신은 38명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시중은행이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지주 41명, 증권사 21명, 보험사 17명 등의 순이었다. 


민 의원은 "10년간 발생한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한 원인도 1998년 통합 금융감독체제 출범 이후 금융정책 실패와 금융감독 실패가 동시에 발생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지주 회장과 유관협회 협회장 및 부회장 자리는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현재 금융권 CEO 중 관료 출신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비롯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전 국무총리실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전 조달청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전 기재부 국고국장),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금융위 상임위원),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전 재정경제부 1차관),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전 금융위 사무처장), 이원태 수협은행장(재정경제부 국장) 등이다.


롯데카드에는 금감원 상호금융국장 출신 조욱현 감사, SC은행에는 감사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정기홍 전 금감원장보가 대표적인 금피아로 꼽히고 있다.


특히 금융협회장과 부회장 자리는 ‘경력세탁용’으로 선호하면서 협회장 자리는 '모피아(옛 재무관료 출신')가, 부회장 자리는 '금피아'가 차지해 왔다.


‘모피아’ ‘금피아’ 출신들은 연봉 등 대우가 좋은 금융협회 임원으로 재취업하는데다 경력세탁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가장 선호하는 자리였고, 협회는 정부나 감독당국에게 업계의 요구사항을 훨씬 수월하게 요청할 수 있고, 업계 이익을 대변 줄 수 있다는 점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인 금감원 고위 직원은 2년간 퇴직 5년 전부터 담당한 업무와 관련된 곳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모피아와 금피아 출신인사들은 재취업 금지대상이 아닌 금융협회에 취업한 이후 취업 제한이 풀리는 2년 후에 민간 금융사의 감사 등 주요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경력세탁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 출신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컸다.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가 크다는 이유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동양 사태와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당국 무능론과 더불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고위직들의 금융사 이동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모피아나 금피아들이 협회 임원자리에 앉으면 제대로 된 금융당국의 감독과 검사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익단체를 위한 로비 활동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질 공산도 크다"며 "소비자들의 권익보호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향후 퇴임해 금융권으로 나가려던 금감원 임원들과 금융위원회 간부들은 이번 조치로 손발이 묶이게 되면서 적지 않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아 금융사로 이동은 전면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금융과 경제 전문가인 관료들이 산하기관이나 금융사에 못 가면 결국 정치인들이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금융기관 감사에 정치인 낙하산도 내려오고 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 감사에는 문제풍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당원협의회 위원장이, 기술보증기금 감사에는 박대해 전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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