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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은 어떤 역할을 할까?

 (조세금융신문) 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하는 손님들 중에 ‘임차인이 임대차 기한을 넘기고 집을 안 나가는데 내용 증명을 써서 독촉을 해달라’고 하거나, ‘임대차 기간 만료 한 달 전에 전화로 계약해지 사실을 통보하였는데 막상 계약 만료일이 되어서는 상대방이 계약해지 통보를 미리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서 집을 비워주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하고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편법에는 내용증명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내용증명이란 ①발송인이 수취인에게 ②어떤 내용의 문서를 ③언제발송하고 도달하였는지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등기취 급우편제도를 말한다.


단순한 등기우편제도와 비교하여 볼 때 ‘누가 누구에게 우편물을 언제 발송하고 도달하였는지?’를 증명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여기에 추가하여 ‘어떤 내용의 문서’를 발송하였는지까지 증명한다는 점에서 내용증명의 특징이 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 만료 한 달 전에 단순등기우편으로 계약해지 사실을 통지하였을 때, 나중에 임차인이 계약 해지 사실을 통지받은 적이 없다고 우기면 우편물을 보낸 사실만 가지고는 계약해지 내용이 포함되었는지를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내용증명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상대방에 송달된 동일한 내용의 문서가 또 한 부 우체국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용증명의 작성 방법에 특별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①수신인의 성명과 주소를 적고 ②그 아래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은 다음 작성연월일을 기재하고 ③그 아래쪽에 발신인의 성명과 주소를 적는다.


이렇게 작성한 문서를 추가로 2매를 복사한 다음 우체국에 가서 편지 봉투를 사서 내용증명 문서상의 발신인과 수신인을 봉투에 기재하여 내용증명 문서 3매와 함께 우체국에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우체국 공무원은 한 부는 수신인에게 발송하고 한 부는 날인하여 돌려주고 또 한 부는 우체국에 보관한다.


내용증명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이 내용증명은 어떠한 의사를 통지하였다는 사실을 확실히 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내용증명은 법률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의사표시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다. 계약 체결하기 위한 청약, 청약에 대한 승낙, 계약의 취소, 계약의 해지 등 법률행위를 위한 의사를 표현할 때는 반드시 내용증명으로 해야 한다. 이 내용증명이 도달함으로써 의사표시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미성년인 자녀가 물건을 잘못 샀다거나 아니면 착오로 물건을 잘못 산 경우에 그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내용증명으로 하여야 그 내용의 도달하였음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므로 나중의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임대차 계약 해지의 경우도 나중에 상대방 오리발을 막으려면 내용증명으로 통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와 같이 내용증명의 가장 중요한 효력은 의사표시의 효력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둘째, 독촉의 수단으로 내용증명이 사용되는 경우도 꽤 많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촉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내용증명은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이미 상대방이 이행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경우에는 내용증명은 괜히 쓸데없는 절차에 불과하다.

상대방의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에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사용되는 독촉은 그나마 의미가 있지만 명확하게 거부의 의사를 표현한 경우는 굳이 독촉장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내용증명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으로 들어가야 한다.


셋째, 의사표시의 도달 일을 확정시켜서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이 경우는 주로 채권양도의 통지의 경우에 나타나는데 채권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내용증명으로 채권 양도 사실을 통지하게 되면 그 도달 일을 기준으로 제3 채권자에 대해서 대항력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양도받은 채권에 대해서 제3자가 (가)압류를 한 경우 채무자에게 내용증명이 먼저 도달하였는지? 아니면 (가)압류결정문이 먼저 도달하였는지에 의해서 우선순위가 결정되게 된다.


우리는 내용증명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만병통치약 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자신의 의사표시의 효력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경우 그리고 채권양도 사실을 제3 채권자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경우는 큰 의미를 가지지만, 단순한 독촉의 경우는 법률적으로 거의 의미 없는 시간 낭비인 경우가 태반이다.

 

이성로 : 법무사 gblsr@naver.com
올바로법무법인 대표 
한양대 법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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