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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수입통관 위해 파괴된 물품 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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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 관세사
(조세금융신문) 접시와 그릇 등을 수입하는 모업체가 샘플로 80여 개의 꽤 비싼 유명 접시를 종류별로 수입한 적이 있었다. 수입통관 과정에서 음식을 담고 사람이 먹어도 인체에 무해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 공무원이 검사 목적으로 약 60개의 접시를 견품으로 채취하였다.  


분석 과정 중 접시를 깨고 분쇄하여 반환 불가한 상태로 국가기관에 의해 소비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수입자의 의지와 달리 국가가 강제로 개인의 물건을 빼앗아 간 경우임에도 수입통관을 위해서는 없어진 60개의 접시를 포함한 원래 총 80여 개에 대한 관세를 모두 납부하여만 수입통관이 끝나게 되고 그때 비로소 보세구역으로부터 나머지 물품에 대하여 반출이 가능한 괴이한 현상이 현재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본 경우와 같이 정당하게 물품가격을 지불하고 수입한 것을 수입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게도 검사, 검역 등의 이유로 국가공무원에 의해 수거, 손실되어 재산권에 피해가 발생되어지는 것도 모자라 그에 해당하는 관세까지 모두 납부시킨다면 이는 심히 좋지 않은 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보통 해외로부터 물품을 정상적으로 수입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수입통관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밀수입에 따른 큰 처벌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수입통관이란 수입자가 수입할 물품을 세관장에게 신고하면 세관장은 그 신고가 관세법 및 기타 법령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본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를 신고수리함과 동시에 신고인에게 수입신고필증을 교부하게 된다. 이때 수입자는 물품을 보세구역에서 반출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 중에서 세관에 수입신고를 했을 때 경우에 따라 세관공무원 등이 물품이 신고한 바대로 반입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 사례처럼 현품을 직접 검사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게 된다.

 
이때 관세 금액의 책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세율 적용을 위해서는 물품의 HS(Harmonized System ; 국제통일상품분류제도)코드를 확정하여야 하는데, 이 HS 코드를 결정하기 모호한 경우 수입품 중 일부를 견품으로 채취하여 HS의 결정을 위해 견본품이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


그밖에도 식품위생법과 같이 별도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수입하고자 하는 식품 등을 일부 수거하여 당해 법에서 정한 목적 즉, 검사·검역 등의 이유로 사용, 소비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수입통관과정 중에 정부의 공익적 목적에 의해 당해 유관 공무원이 사용, 소비한 견본품의 과세 여부에 대해 現 관세법은 관세의 조세법적 특성을 충분히 녹여놓지 않은 상태에서 본 견본품 반출제도를 운영하는데 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과세의 적정성이라든지 국민의 건강과 위해를 국경에서 막기 위한 목적 등 국가의 특정 이유로 통관 중 견본품을 세관공무원이 보세구역에 있는 물품의 검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 소비된 경우에는 관세 등을 과세하지 않는 반면, 똑같은 견본품을 식품위생법 등 수입시 적용되는 다른 무역관련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관련 공무원이 수거하여 사용, 소비된 때는 과세를 하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즉, 당해 수입물품의 과세관청 소속인 세관 공무원에 의하여 채취된 견본품에 대해서는 동 견본품이 사용, 소비가 되어 원래의 형상이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보아 납세의무자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관세법 161조), 세관 공무원 이외의 공무원 즉,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의 공무원 등이 식품위생법의 주목적인 국민건강증진과 보호 목적 등으로 수거한 견본품의 사용, 소비의 경우에 대해서는 관세행정 목적에 의해 채취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과세를 그대로 하고 있다.
 

관세청은 견본품으로 수거, 채취되고 있는 물품의 수량과 당해 세액이 크지 않아 수입자가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크게 문제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선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 듯하다. 그렇다고 조세법적으로 조리에 맞지 않는 법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면 그 또한 선진 법체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매우 창피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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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관세법 체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많은 인용이 들어간 일본의 관세법의 경우에는 세관공무원이 관세행정의 목적으로 수거, 채취하여 사용, 소비된 견본품이나 식품 또는 축산물 등의 검사 또는 검역목적으로 검사, 검역 관계 공무원이 채취하여 사용, 소비된 견본품을 동일하게 취급하여 ‘둘다’ 모두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보세구역에서 수거, 채취한 외국물품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물품이 제조장(사업장)에서 소비 목적이 아닌 개별 법령에서 요구되는 검사 등의 목적으로 반출되는 경우 과세하지 않도록 비과세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주세법 또는 개별소비세법 등의 규정은 외국물품 중 일부가 검사 또는 검역 목적으로 보세구역에서 반출되어 소비, 사용된 견본품의 과세의 적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외부 사례이며, 중요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관세법도 일본의 관세법이나 국내의 기타소비세법 등과 같이 법령에서 요구하는 검사, 검역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견본품의 비과세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법의 형평성에 맞게 과세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법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세의 조세법적 특성으로 접근하여 이 문제를 살펴보더라도, 세관공무원이 통관과정에서 공적인 목적으로 견품을 채취하여 사용소비한 경우 관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관세법 제161조의 조항은 그 취지가 관세법의 소비세적 성격 등을 법에 구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국내의 최종소비자가 사용, 소비할 것을 예상하고 국가가 납세자를 대신하여 동 물품을 수입하는 납세자에게 미리 세금을 징수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렇다면 관세법 제161조에서 언급한 ‘세관공무원’이라는 문구는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통관 과정상 국가 공무원에 의하여 공적인 목적으로 소비된 물품을 동일하게 유추하여 해석하든가 그렇게 해석이 힘들다면 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세관공무원이 통관목적 상 채취한 물품이든 식약처 등 검사, 검역 관련공무원이 통관 목적 상 채취한 물품이든 간에 통관과정 중에서 국가의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수입물품 중 일부를 수거하여 소비되었다면 당해 물품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세금을 납부하고 수리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법적 정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대효과로서 현행 수입통관 과정상 검사, 검역대상 물품으로 분류된 물품은 세관 이외의 해당 식의약품안전처 등 타 검사, 검역기관으로부터 물건이 수거되어 그 목적에 따라 필요한 실험에 사용되어 훼손, 소비되고 그 결과를 해당 기관으로부터 적합통보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세관에서는 최종 수입신고수리를 해주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세관 통관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약처 등 타 유관기관의 검사, 검역을 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관세행정은 관세법 제161조를 과도히 엄격하게 해석하여 세관공무원이 아닌 타 행정기관국가 공무원의 견품 채취는 본 법적용에 있어 배타적인 것이 현재의 관세법이다.

 
결론적으로 수입통관 과정 중에서 국가 기관의 특정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발생되는 시료의 견본 채취의 경우 그 주체가 관세청 공무원인지 여부를 떠나 납세의무에서 면제시키는 것이 여러가지 기 논거한 바와 같이 선진적인 법체계라 하겠다.

 

 

고태진 관세법인 한림(인천) 대표 관세사/이사

학 력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이 력 : 관세청 공인 FTA 컨설턴트, 중소기업진흥공단 FTA 컨설턴트, 공익관세사/ AEO 공인 컨설턴트
이메일 : telekeb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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