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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은행만으론 부족”…4대 금융, 하반기 비은행 불꽃 경쟁 예상

우리금융, 유일하게 1조원대 실적 머물러
최대규모 충당금 적립…이자 장사 비판 피하긴 어려워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지아익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상반기에만 무려 9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겼다.

 

KB금융이 올해 1분기에 이어 상반기 리딩뱅크를 수성했고, 우리금융은 실적 최하위로 밀려났다. 

 

이들 금융지주의 경쟁은 비은행 부문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보험, 카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비은행 부문의 성패에 따라 실적이 갈렸다. 

 

특히 카드와 보험 등 수익성이 꾸준히 늘고 있는 계열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 역대급 충당금 적립에도 호실적

 

4대 금융은 올해 상반기 9조 182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 8조 9662억원을 벌어들였던 것과 대비해 2.4% 늘어난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2021년부터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이자수익이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사별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에 이어 또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켜낸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조 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반기 기준 KB금융의 역대 최대 규모 실적 기록이다.

특히 순이자이익이 지난해 상반기(5조 4728억원) 대비 5.2% 늘어난 5조 759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실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도 올해 1분기 2.04%에서 올해 2분기 2.10%로 0.06%p 올랐다.

 

비이자이익 역시 이자이익 못지않게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1조 4101억원) 대비 무려 105.5% 늘어난 2조 8978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이익이 같은 기간 1.4% 줄어든 1조 8654억원으로 집계됐으나, 기타영업손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KB금융의 기타영업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4817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 1조 324억원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들며 2조 6262억원에 머물렀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동반 증가했으나, 판매관리비가 늘고 추가 충당금 적립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줄었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기준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8% 증가한 1조 95억원이었다.

 

신한금융 측은 이에 대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대출 연체 확대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위험 확대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겨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6.6% 늘어난 2조 209억원의 누적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대손충당금을 7774억원 적립했음에도 불구,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의 이자이익인 4조 4072억원과 수수료이익인 9169억원을 합한 핵심이익은 5조 3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지난해 동기 대비 12.7% 줄어든 수준의 당기순이익(1조 5386억원)을 내는데 머물렀다. 2분기 기준으로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줄어든 6250억원에 그쳤다.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4조 4130억원이었으나 NIM이 지난 1분기보다 0.06%p 줄어든 1.85%를 기록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NIM 역시 같은 기간 0.06%p 떨어진 1.59%를 기록했다. 비이자이익 또한 22% 감소한 6110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만큼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비교적 적었던 것이 우리금융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리딩금융 왕좌는 KB금융에게로…은행, 보험 ‘효자’

 

결국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한 금융사는 KB금융이었다. 이자이익 확대와 견조한 비은행이익이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61억원) 감소한 2조 6262억원을 달성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직전분기 대비 10.8%,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1조 2383억언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5조 2680억원이었다. 2분기 이자이익은 직전분기 대비 4.5% 늘어난 2조 6942억원이었다. 비이자이익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부문 손익 개선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2조 325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성장했지만, 상반기 실적이 떨어진 이유는 시장 불확실성 대비를 위한 충당금 적립과 판관비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4610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5485억원의 그룹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전년 동기 대비 67.8% 늘어난 수준이다.

 

상반기 누적 판관비도 디지털‧ICT 투자 증가로 인한 감가상각비 증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늘어난 2조 7988억원으로 증가했다.

 

신한금융이 상반기 실적이 주춤하면서 KB금융이 당기순이익 기준 약 3700억원 격차로 신한금융을 앞질렀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지난 몇 년간 리딩금융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KB금융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신한금융은 2018년과 2019년, 2022년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차지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 간 격차가 벌어진 지점은 은행과 보험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9.6% 감소한 7490억원이었고,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1조 6805억원이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1조 8585억원을 달성했다. 충당금전입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이 성장했다.

 

또한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 KB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개별기준 당기순이익이 2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3.1% 늘었다. KB라이프는 2020년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기존 KB생명과 통합해 올해 출범시킨 생명보험사다. 같은 기간 KB라이프의 보험영업이익은 17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6.9% 증가했다. 투자영업이익도 399.7% 급증한 176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KB금융의 보험 계열사의 맏형 격인 KB손보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뒤처졌다. KB손보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52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2% 줄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라이프가 41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신한EZ손해보험이 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와 2021년 카디프 손해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을 인수했다.

 

◇ 하나금융, 남은 과제는 비은행 강화

 

하나금융 역시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으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은행 계열사의 성적표가 다소 부진해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1조 8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급증했다. 특히 신한은행(1조 6805억원)을 약 1600억원 수준으로 제치고 시중은행 기준 순익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하나금융 내 하나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합계가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1819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쉽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부문 실적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하나증권이 전년 동기 대비 75.05% 감소한 수준의 345억 2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하나캐피탈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5.8% 줄어든 1211억원이었다. 하나카드 또한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조달비용이 커지면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7% 줄어든 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하나저축은행(-81.7%), 하나생명(-24.9%), 하나자산신탁(-6.0%)의 상반기 순이익이 감소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 국내 선두 금융 그룹인 KB금융, 신한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실적 격차가 큰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올해 하반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숙원 사업이기도 한 비은행 강화 드라이브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우리금융, 4대금융 중 꼴찌…비은행 M&A 관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한 가운데 첫 반기 성적표에서 부진한 성적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4대 금융그룹 중 꼴찌다.

 

KB금융(2조 9667억원), 신한금융(2조 6262억), 하나금융(2조 209억원)이 모두 2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했으나 우리금융만 2조원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우리금융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은 비이자이익 감소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6110억원에 그쳤다. 이자이익은 같은기간 7.5% 증가한 4조 413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 계열사 수익성 악화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의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8%, 43.2% 줄어들며 각각 819억원, 713억원에 머물렀다.

 

대손충당금 적립도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으로 2610억원을 적립했다. KB금융 6682억원, 신한금융 4610억원, 하나금융 3430억원보다 적은 규모지만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을 주문하면서 상반기 기준 대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64.5% 늘어난 8178억원으로 급증했다.

 

그간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중 증권사, 보험사 등 알짜 비은행 계열사가 없어 상대적으로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 회장 또한 취임 후 줄곧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우리금융의 당면 과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M&A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의 성적표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4대 금융은 올 상반기 9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그 속에서 희비가 갈렸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실적과 충당금 적립 등이 변수로 작용했다.

 

또 4대 금융 모두 올해 상반기 역대급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지만 여전히 ‘이자 장사’ 비판을 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1조 9342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인 3조 8893억원을 적립했다.

 

게다가 4대 금융 모두 실적을 견인하는 영역에 있어 은행 위주의 현상을 개선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가운데 특히 보험과 카드 계열사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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