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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위해 반기말까지 금융투자소득 인출 제한은 부당”…원천징수 방식 도마에

오은미 회계사 “세금 재원 확보하려 원천징수세액 상당 고객자산 인출 제한…위헌적!”
주식・주식형펀드 매매차익에 기본공제 5천만원…“그해 공제 초과땐 다음해로 넘겨야!”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주식을 팔아 남긴 차액 등 금융투자소득에 제대로 세금을 물리기 위해 현행 세법에서 투자자(납세자)가 6월말 또는 12월말까지 금융투자소득 인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국가가 과세를 위해 모든 비용을 원천징수의무자(금융기관)에 떠맡기는 것이며, 위헌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정 시점에 금융자산을 매각한 금액을 반기말이 될 때까지 인출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세법 규정은 다른 금융거래 규정과 조화를 이루지 않을 뿐더러 금융거래 관련 법률 자체에서도 전혀 고려된 바 없기 때문에, 애당초 불합리성을 안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오은미 회계사(한영회계법인)는 금융조세포럼(회장 김도형)이 18일 ‘금융투자 소득세제의 도입과 과제’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제 122차 포럼에서 “국가가 세법상 또는 금융 관련 법제상 재원 확보 수단으로 고객 자산에서 원천징수 세액 상당액을 인출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자나 배당 등 금융소득은 금융회사가 이를 지급하는 동시에 국가의 조세채권이 확정, 원천징수의무자인 금융회사가 곧바로 원천징수할 수 있다. 반면 금융투자소득세는 이익 발생 후 반기말까지 원천징수를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금융회사가 이처럼 인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세법에서 규정하면, 투자자(납세자)는 원천징수 때까지 자신의 금융소득을 인출할 수도, 해당 소득으로 다른 투자를 할 수도 없게 된다.

 

형평과세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했지만, 처음 시행하는만큼 과세 방법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소득이 발생한 시점에 금융투자자가 해당 소득을 곧바로 자신의 금융투자계좌로부터 인출해 버리면 과세 시점인 반기말(6월 말 또는 12월 말) 원천징수 시점에 금융기관이 원천 징수할 재원이 없다. 세법에서 금융투자소득 인출제한 규정을 마련한 이유다.

 

오은미 회계사는 “이자나 배당의 경우 지급 시점에 조세채권이 확정되고 소득금액의 15.4%를 이자(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 할 수 있는 반면 금융투자소득은 반기말 이전 손실이 발생해 ‘손익통산’할 수 있고, 기본공제 차감 이전의 금액이기 때문에 소득 지급시점에 조세채권이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출 제한에 반발하는 투자자(납세자)의 이탈 방지를 위해 자금력이 큰 대형금융기관만 인출을 허용할 수 있는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금융기관만 인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인출제한 제도 때문에 금융사 규모별 경쟁가속화 등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인출 제한은 현실적으로 세법에서 규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 회계사의 대안은 인출 제한을 폐지하고, 차제에 금융투자소득 원천징수 제도를 깡그리 개편하자는 것. 고객이 금융투자상품을 팔아 해당 금액을 지급받을 때 현행 ‘비거주자 원천징수’처럼 매도 금액의 1% 안팎으로 원천징수를 하고, 원천징수 이후 손익통산과 취득가액정산, 기본공제 등을 적용해 확정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포럼 사회를 본 김용민 박사(진 금융조세연구원 대표)는 “현행 양도소득세는 원천징수 대신 신고납부 방식인데,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과세 대상자가 급증해 원천징수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금융회사들도 반기말 과세때까지 원천징수를 위해 인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 조항 적용방식을 놓고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그냥 증권거래세처럼 일률 원천징수 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날 주제발제를 한 이해성 한국예탁결제원 수석위원도 “현재 6개월에 한번씩 과세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예납적 원천징수’ 제도로 전환하는 게 더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다만 “예납적 원천징수로 (과세절차를) 끝내고 금융회사의 정산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머지는 신고납부제도로 가버리는 방식도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주주들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에서 벗어나려고 연말에 주식을 왕창 팔았다가 이듬해 되사들이는 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상장주식과 주식형펀드를 통한 금융소득에 대해 매년 5000만원씩 기본공제를 해주는 제도 역시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훈 회계사(삼일회계법인)는 포럼 토론에서 “금융투자소득이 기본공제 상한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투자자들은 세금을 줄이려 반기말 이전에 초과분을 매도하려는 동기가 생길 것”이라며 “장기투자를 장려하려면, 당해 기본공제액 초과분을 이듬해에 공제받게 해주는 이월공제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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