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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백운찬 회장, "인적 네트워크와 세정·세제 경험으로 세무사 위상 높이겠다"

세무사 당면과제와 세무업계 미래 여는 세무사회장 기대 많아

(조세금융신문=나홍선 기자, 전한성 기자) 제29대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이 지난 7월 23일 오전 세무사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세무사회장 취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지난 6월 진행된 임원선거에서 유효표 8290표 중 4616표를 획득, 55%의 득표율로 당선된 백운찬 회장은 ‘관세청장 출신 세무사회장’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세무사들은 그가 세제실장을 거쳐 관세청장이라는 고위직을 역임한 만큼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세무사회장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 기대가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백운찬 회장이 세제·세정 분야의 주요 직책인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등을 두루거치며 쌓아온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 때문. 그의 폭넓은 인맥은 이번 임원선거에서도 가장 강력한 그만의 무기이자 장점으로 부각되며 많은 세무사들의 표를 얻는 비결이 됐다.

실제로 백 회장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부터 그의 막강한 인맥을 과시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홍재형 전 부총리 겸 국회부의장, 나오연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정영희 전 재무부 장관, 김정부 전 국회의원, 윤중현 전 기재부 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한때 정·관계의 고위직을 역임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강석훈 국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장과 노석환 관세청 조사감시국장, 김광호 관세청 정보협력국장 등도 개소식에 참석했으며, 송희영 건국대 총장, 김완석 강남대 석좌교수, 서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송쌍종 교수 등 학계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백 회장이 관세청장에서 퇴임한 시기가 지난해 7월인 만큼 그는 현재까지도 많은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정치·경제, 언론 등의 분야에서도 인맥이 넓다.

따라서 백 회장이 세무사들을 대변해 세무사업계의 현안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 여러 현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세무사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정영화 한일세무사친선협회 회장도 23일 취임식에서 “회원들이 백 회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그가 세제실장을 역임했기 때문 아니냐”며 특히 세제실장을 역임한 경력으로 세무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제도의 개선 및 현행 유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백 회장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그는 “세무사(회)가 세정 당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건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1만1천여 세무사가 뭉친다면 어느 집단보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며, 그런 단합된 힘으로 국회에도 좀더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정부 법안에도 더 당당하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 회장은 특히 “세무행정과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세제 입안과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세무전문가의 중요성과 가치를 누구보다 깊게 느끼고 있다”며 “그동안 다양한 요직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 각종 인적 자산을 활용해 세무사 제도 발전 및 세무사의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이어 “세무사회는 세무사 회원들의 이익 보호 및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직생활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재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바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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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공직서 체득한 풍부한 조직관리 경험도 장점


백운찬 회장의 또다른 장점은 오랜 공직생활을 하며 나름대로의 원칙과 균형감각을 지켰다는 점과 풍부한 조직관리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공직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강한 자에게는 강하게, 약한 자에게는 약하게’라는 좌우명을 지켜왔다. 그런 소신을 갖고 있었기에 조세심판원장으로서 조세심판 업무를 총괄할 때에는 소액재판부를 설치, 조세심판원이 좀더 납세자 권리구제를 충실히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세무대리인의 의견진술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세무사들의 수습기회도 제공했다. 무엇보다 소액 심판이 중요도에서 밀리다 연말에 기각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억 이하 소액사건에 국장 및 우수한 직원을 다수 배치해 인용률이 대폭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도록 이끌었다.

또한 관세청장으로 재직시에는 관세청이 대통령 기관 표창을 5회 받게 하는 등 그가 속한 조직이 확실한 성과를 통해 인정받도록 했다.

개업기간 짧지만 세무사 현실과 애로는 잘 알아

일선 세무서 근무 경험은 물론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장기간 다양한 세정·세제 분야를 다루면서 세무사의 현실과 애로를 잘 알고 있는 것도 그만의 장점이다. 특히 세제실에서 조세지출예산과장,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재산소비세제국장, 세제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세무사회의 건의를 적극 받아들여 세무사의 권익 향상과 업무영역 확대를 적극 지원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백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세무사를 지원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기업진단업무의 세무사 수행 허용 ▲전자신고세액공제의 도입 및 확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 폐지 ▲경영지도사의 세무대리 금지 ▲비상장주식 평가기관에 세무법인 포함 등이 있다.

이처럼 세무사회 50년 숙원사업을 이루는데 적잖은 역할을 한 결과 백 회장은 회장 당선 이전에도 세무사회 고문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세무사회에 도움이 많이 됐기 때문에 더 많은 역할을 해 달라고 고문으로 위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직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세무사회장이 된 지금 세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믿음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는 행정부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국회가 보완입법하는 것처럼 세제실이 다 할 수 없어 자칫 입법이 소홀해질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무사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 및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백회장은 “세무사가 적극적인 의견개진 및 조율에 참여해 행정부의 입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전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당한 소리를 내는 세무사회가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면한 과제 많아 백운찬 호에 거는 기대 커

이처럼 두드러지는 장점으로 인해 새로 출범한 ‘백운찬 호’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많은 세무사들은 백 회장이 세무사들의 당면과제와 세무업계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해결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백 회장의 말처럼 변호사와 회계사 등은 세무사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업무영역을 되찾겠다며 관련 법령의 재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부족한 세수 확보 차원에서 납세협력비용 축소방침에 따라 업무영역과 세제 혜택의 축소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성실신고확인제도를 비롯해 세무사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는 추세며, 법규 준수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시장 개방이 세무업계에 미칠 여파도 세무사들이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백 회장은 “세무사의 경우 업무영역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짧게 보면 올해와 내년이 세무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1만 1천여 세무사의 단합된 힘을 통해 더욱 조직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 회장은 또 취임식에서는 “세무사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은 여전히 많은 시련과 도전이 되고 있다”며 “지난 33년 3개월간 국세청, 조세심판원, 세제실, 관세청장을 역임하면서 세제업무와 세무사제도를 입안하고 총괄한 경험을 보다 반듯하고 힘있는 세무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후보 시절 공약사항이었던 것 중에서 세무사회의 중점적인 추진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다. 백 회장이 밝힌 중점 추진사항은 ▲변호사의 세무사업무 금지 등 세무사회 50년 숙원사업을 반드시 지켜나가고 ▲성실신고확인 등으로 과중한 징계를 받지 않도록 세무사징계 양정규정 개정의 추진 ▲지방세무사 도입을 막고 경영지도사 등 타자격사의 세무사 업무영역 침해 방지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유지 및 세무사의 지방소득세 신고업무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 도입 ▲세무사의 회계프로그램 독립권을 위해 ‘세무사랑2’ 를 확고히 지켜나가고 ▲고용산재보험사무대행 정부지원금과 성실신고확인세액공제 금액의 인상 추진 ▲신규직원 교육 및 세무사사무소 공급 등 직원인력난 개선 ▲수입금액 1억 미만 회원에 대한 회비납부 감면 또는 유예와 영세·신규 회원과 청년세무사에 대한 지원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 및 세무사회 조직과 운영의 혁신 ▲청년세무사와 여성세무사가 회무에 참여하는 비중을 높여 소통과 통합의 회무 추진하고 회원보수교육을 동영상교육으로 실시해 집합교육에 따른 회원불편을 해소 등이다.

이들 중점 추진사항을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 여부에 따라 백운찬 회장에 대한 평가는 물론 세무사들의 업무영역 및 위상 강화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 판가름될 전망이다.

반목과 갈등 해소 청사진 제시 및 전 집행부와 선긋기는 과제

물론 힘차게 새출발한 백운찬 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백 회장도 언급한 것처럼 이번 선거 과정에서 두드러진 반목과 갈등의 해소다.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과열된 선거,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야말로 난타전에 가까운 선거였다. 그 과정에서 승리한 백운찬 회장은 물론 경쟁 회장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이 받은 상처는 치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구정 전 회장의 독단적인 회무 운영과 포용력 부재로 인해 뜻있는 많은 세무사들이 상처를 받고 세무사회에 등을 돌린 경우가 많았던 점을 고려해 보다 세무사들이 세무사회를 믿고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탕평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청사진은 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정구정 회장과의 선 긋기도 백 회장 입장에서는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세무사회 이전 집행부가 백 회장을 총력을 다해 지원한 것과 관련해 정구정 회장과 협의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심지어 백 회장이 세무사 경험이 적은 점 때문에 이전 집행부를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현재 백운찬 호에는 이전 집행부 가운데 임순천 부회장을 비롯해 10명의 상임이사 중 절반에 해당하는 5명이 유임됐다(송만영 홍보이사와 유재흥 전산이사, 이대규 총무이사, 이성진 감리이사, 남창현 업무정화조사위원장). 보기에 따라서는 정 회장과 독립되지 못하고 그 영향력 하에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정구정 회장을 비롯해 세무사회의 전임 임원들이 백 회장 지원에 총력을 다하면서 이들이 그대로 유임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며 “그예상이 그대로 적중되면서 백 회장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 회장은 정 전 회장과는 다르겠지만 혹여 조직과 회무 경험이 없고 세무사 경력도 짧은 그가 자칫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릴까 걱정”이라며 “백 회장이 공언한 것처럼 반목과 질시, 분쟁을 일소시키는 통큰 회무를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직 떠나 세무사 배지 달 때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세무사는 공공성 강한 전문가…“납세자 위해 당당한 전문가 되자”

백운찬 회장은 33년여 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세무사로서 새롭게 출발한 순간 여러 가지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됐다.

공직생활 당시에는 퇴근시간도 없이 오로지 국가가 최우선순위였는데, 세무사라는 일종의 자연인으로 돌아온 순간 가장 큰 변화는 퇴근시간도 자유롭고, 개인, 가족, 지인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다
는 점이었다.

특히 세무사인 만큼 세무사 제도 발전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다양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반듯한 세무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하게 됐다.

백 회장은 또 ‘사업하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말처럼 사업자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세금에 대한 구제, 납세 과정에서의 불편 및 불만 해소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세무사는 바로 그런 일을 하도록 국가가 자격을 준 만큼 ‘준 공공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백 회장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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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회장은 공직에서 떠난 후 가족, 특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던 탓에 세무사회장 출마 전까지는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했다. 당시 아내인 송은혜 여사와 조조로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감동을 받기도 했다. 백 회장은 “내 나이 정도가 되면 영화 내용이 이해가 되고 옛날 생각도 나곤 한다”며 “영화를 보며 나와 가족을 생각하며 감동을 받았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사진 촬영 기술이나 사진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문가 수준. “나이가 들면 관심을 가질 무언가 하나는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진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며 “사진은 빛의 논리인 데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좋은 곳을 가게 되는 장점이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취미를 살릴 생각”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백 회장은 정신수양 차원에서 ‘국선도’도 오래 수련했다. 그러다보니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어 하루에 백팔배를 무난하게 할 정도다. 과거 청와대 파견 당시에는 검도 유단자였던 만큼 아침 기상시마다
백팔배를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을 정도였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백 회장의 설명. 그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건강하게 살면서 주위에 못다한 관심도 갖고, 사정이 되면 불우한 이웃에 대한 관심도 갖는 게 사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후배들에게도 열심히 하되 주위를 조망해가며 일하라는 조언을 하곤 한다. 특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늘 주위를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백 회장은 동료, 선후배 세무사들에게도 “당당한 세무사, 단결하는 모습을 가진 세무사가 되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슴에 세무사 배지를 달 때가 가슴이 설
레였다”는 그는 본인 스스로도 세무사 위상에 걸맞는 “전문자격사다운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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