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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동부그룹 신속한 구조조정 추진 압박

동부회장 일가 주식담보대출 조사…적정가 고집 경고 메시지

 

(조세금융신문)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악화로 건전성 개선을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보유한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주식 지분 및 담보대출 내역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부그룹은 금융권의 신속한 구조조정 요구에 이어 금감원이 총수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실태를 조사했다는 사실만으로 상당한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검사역들을 은행에 보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현황 조사도 마쳤다. 김 회장과 아들 김남호, 딸 김주원씨가 계열사 지분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우리·하나·외환은행에서 빌린 대출 내역을 일제히 살펴본 것이다.


이는 김 회장 일가의 추가 담보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동부그룹의 신속한 자구계획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1260여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장남 남호씨의 지분을 담보로 잡아줄 것을 요구했으나, 동부 측은 이에 반대했고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과 한남동 자택을 담보로 대신 제시한 바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김 회장의 장남 남호씨는 동부화재 지분 13.29%를 보유중이며, 김 회장은 6.9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동부화재의 주가가 상승하고 동부 일가가 갖고 있는 주식의 담보 가치가 높아지면서 추가 담보 여력이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주식담보대출 자금의 용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으로, 대출받은 자금이 어느 비금융 계열사에 흘러들어갔는지와 해당 자금이 김 회장의 동부그룹 내에서 지분 확보에 사용됐는지 등을 확인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회장 일가가 우리, 하나,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에서 모두 얼마를 빌려서 어디에 썼는지를 파악한 것"이라며 "최근 동부화재 주가 상승 등으로 추가 담보여력이 있는지 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사실관계 확인 차원의 현장 조사였지만 금융당국이 패키지 매각 가격협상을 앞두고 동부그룹에 가격에 집착하지 말고 신속한 매각에 주력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분수령이 될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가격차이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30일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인수가 산정을 위한 실무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9일쯤 인수가가 제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양측이 원하는 가격에 차이가 너무 나면 그대로 매각 협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적정가로 9000억원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동부그룹은 적어도 1조원 이상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가격차이를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스코가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떠밀려 인수전에 나선 터라 높은 가격을 주고 인수할 이유가 없다”며 “금융당국이 동부그룹이 적정가를 고집하다가 매각 시점을 놓칠 경우 그룹 구조조정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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