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다면?

(조세금융신문) 1. 사실관계

피상속인 甲(망인)은 2010. 8. 6. 사망하였고, 사망 당시유족으로 배우자와 자녀 2인이 있었는데, 망인의 자녀 2인은 2010. 9. 27. 상속포기신고를 하였다. 망인의 자녀 2인에게는 각각 자녀 2인, 자녀 1인(망인을 기준으로 손자녀 총 3인)이 있었다.


그러자 망인의 채권자인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는 물론 망인의 손자녀 3인도 상속인으로 보고 이들 모두를 상대로 하여 그 채권인 대여금을 청구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①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여 망인의 배우자 뿐만 아니라 망인의 손자녀 3인도 상속인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에 덧붙여 ②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때는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3조,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42조 등의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비로소 도출되는 것으로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자신들의 자녀인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하므로 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피고들에 대하여는 아직 민법 제1019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이 도과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후 상속포기를 한 다음 청구이외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3.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의 상속인 문제

상속은 망인의 적극재산 뿐만 아니라 소극재산, 즉 채무도 상속되므로 상속재산이 채무초과인 것으로 보일 경우 1순위 상속인들은 상속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망인의 채무가 상속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상속 포기의 효과에 관하여 우리 민법 제1042조는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하여 상속을 포기한 상속인은 상속개시시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대법원 2006. 7. 4.자 2005마425 결정 등).


그런데 배우자와 1순위 상속인 중 1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이미 상속효과가 발생한 상태에서 상속포기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나머지 배우자만 단독상속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상속개시로 소급하여 상속을 포기한 1순위 상속인이 아닌 차순위 상속인이 상속인이 되고, 그 차순위 상속인과 망인의 배우자가 공동상속인이 되는 것으로 볼 것인지 논란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후자의 입장을 취하여, 상속포기의 소급효에 의하여 1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차순위 상속인과 망인의 배우자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판결하였다. 위와 같은 문제는 우리 민법이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인으로서의 지위에 관하여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민법 제1003조 제1항에 의하면‘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 제1항 제1호(피상속인의 직계비속)와 제2호(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을 단순하게 해석하면, 배우자는 망인의 자녀들이 있는 경우 그들과 망인의 자녀들이 없는 경우 망인의 부모와 공동상속하는데, 전자의 경우 망인의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나머지 공동상속인인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하는 것처럼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망인의 자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손자녀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망인의 자녀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망인의 손자녀) 이들은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의 상속인에 해당하므로 망인의 배우자는 이들 손자녀와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것이 대상판결의 입장인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망인에게 손자녀가 없는 상황에서 망인의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차순위인 망인의 부모가 상속인이 되고, 망인의 배우자는 망인의 부모와 공동상속인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함께 망인의 배우자가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대상판결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대상판결에 의할 경우 배우자와 1순위 상속인들 중 1순위 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채무 상속을 막기 위하여 차순위 상속인들도 모두 상속포기를 하여야 하는 번잡함이 발생하고, 차순위 상속인들이 이를 간과할 경우 ‘불의의 채무’를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이 부가적으로 설시한 바와 같이, 차순위 상속인의 경우 자신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보아 상속 포기 기간이 도과되지 아니하였다는 해석론을 통해 대상판결의 선고 후에도 차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이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상속재산이 채무초과인 경우 상속채무가 순차적으로 상속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및 직계존속(망인의 자녀, 손자녀 및 부모) 전원이 상속을 포기하거나, 망인의 배우자를 제외한 1순위 상속인 중 1인이 한정승인을 하여 상속순위를 유지하는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상속의 순위, 배우자의 상속순위,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우리 민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점을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