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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백제의 소리, 수제천과 산유화가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백제의 가요는 남녀간 사랑,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 영농 활동의 노동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읍사(井邑詞)’, ‘선운산가(禪雲山歌)’, ‘무등산가(無等山歌)’, ‘지리산가(智異山歌)’ 등이 있다(고려사). 또한, 노동요인 ‘산유화가’가 백제의 멸망과 함께 서천과 부여 일대의 노동요로 불려졌다. 일반 백성들의 애환과 농사에서 오는 고된 삶을 진솔한 가사와 가락으로 표현했다.

 

백제 여인의 기다림을 담은 백제 가요들

 

정읍사는 행상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남편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근처 산 바위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비는 노래이며, 백제의 가요 중에서 유일하게 전하고 있다. 정읍사는 정읍(井邑) 또는 빗가락 정읍(橫指井邑)으로 불렀다(고려사, 악학궤범). 왕이나 왕세자가 이동할 때 위엄을 보여주기 위하여 연주했다.

 

조선 말기에 가사인 ‘정읍사’는 사라지고, 연주곡인 ‘수제천’만 남아서 처용무(處容舞)의 반주로 연주한다. 전곡은 4장으로 1,2,3장은 6장단, 4장은 2장단이다. 2장은 1장의 반복이고, 3장은 1장과 2장보다 4도 위로 조옮김을 하였고, 4장은 원래의 조로 되돌아간 가락이다. 연주 음악은 매우 불규칙하며 연음의 형식으로 피리가 선율을 연주하면 다른 악기들이 나온다.

 

정읍사 노래와 수제천 악보

 

 

 

 

(前腔) ᄃᆞᆯ 하 노피곰 도ᄃᆞ 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後腔) 全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ᄃᆡ 를 드ᄃᆡ 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過篇) 어느이다 노코시라

(金善調) 어긔야 내 가논ᄃᆡ 점그ᄅᆞᆯ 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小葉) 아으 다롱디리

 

 

선운산가는 부녀자들이 부른 노래로 아내가 멀리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장사 사람 정역이 기한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그 처가 선운산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노래를 불렀다(長沙人征役過期不至其妻思之登禪雲山望而歌之, 고려사). 유사한 망부석 설화도 아내가 외지에 나간 남편을 고개 마루에서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되었다.

 

무등산가는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鎭山)이고 광주는 전라의 큰 읍으로 이 산에 성을 쌓고 백성이 의뢰하여 편안하고 즐겁게 ‘무등산가’를 불렀다”고 기록했다. 또한, 지리산가는 “구례현의 여인이 아름답고 지리산에 사는데 집이 비록 가난하지만 부부의 예를 다하매, 백제국왕이 그 미를 탐내자 여인은 노래를 짓고 따르지 않고 죽음으로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유사한 내용의 도미설화가 한성 주변이었던 팔당 지역(渡迷津)에 전해오고 있다. 도미의 아내는 아름답고 절제된 행실로 칭찬받았고 개루왕이 여인을 취하려는 탐욕과 회유에도 끝까지 절개를 지켰다.

 

 

 

 

백제의 멸망과 산유화가

 

백제는 직할지인 논산평야와 곡창지대인 김제평야를 중심으로 노동요를 발전시켰다. ‘긴산유화가’는 모심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불렀고, ‘자진산유화가’는 모심기가 막바지에 불렀다(증보동국문헌비고). 백제 멸망의 사연과 한을 담고 있으며, 당으로 끌려간 의자왕을 그리워하며 불렀다. 농사짓는 사내와 베 짜는 여인들이 산유화를 부르면 구룡 지역이 떠나갈 듯 울려 퍼졌다(동아일보, 1926).

 

산유화혜 산유화야 저 꽃 피기 시작하야

저 꽃 지더락 필역하게

산유화혜 산유화야 저 꽃 피어 번화함을 자랑마라.

구십춘광 잠깐 간다

취영봉에 달 뜨고 사비강에 달이 진다

저 달 떠서 들에 나와 저 달 져서 집에 돌아 간다

부소산 높아 있고 구룡포 깊어 있다

부소산도 평지되고 구룡포도 평원되니

(후렴구)얼널널 상사 뒤 어여되여 상사 뒤

 

 

 

 

백제에서 전래된 일본의 무악(舞樂)은 1400여년 동안 행사에서 사용된 춤과 음악이다. 좌무(左舞)와 우무(右舞)가 기본형식으로 각 형식에 따라서 음악과 옷 색깔이 다르다. 좌무는 당악(唐樂)을 따르고, 우무는 고려악(高麗樂)에 맞춰서 춤춘다. 소리코(蘇利古) 춤은 백제의 무용가인 미마지(未麻之)에 의해 전수된 사자춤과 탈춤이다(612). 백제의 소리는 민요로 계승되어 전해오고 있으며 ‘산유화가’는 최근까지 노동요로 모을 심을 때 불렀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전)동부증권 자산관리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전)(주)선우 결혼문화연구소장
•덕수상고, 경희대 경영학사 및 석사, 고려대 통계학석사,

리버풀대 MBA, 경희대 의과학박사수료,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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