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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소득과세 개선안 "명분·실리 다 잃었다…분위기 반전 난망"

분리과세 혜택 근거 불분명 근로소득자 불평등

 

"명분과 실리 둘 다 잃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당정 합의를 통해 집주인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인색했다.


우선 지난 2월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발표된 임대소득 과세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의 명분을 상당 부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모든 소득을 합쳐 최대 38%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인 근로소득과 달리 임대소득에 대해선 이를 따로 계산해 14% 단일세율을 매기는 '분리과세' 혜택을 적용키로 한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모두 임대소득에 대해선 과세하고 있는 당연한 정책"이라며 "정부가 시장 침체를 이유로 보유주택수 기준을 없애고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도 분리과세 혜택을 주고 여기에 3년간 비과세한다는 건 사실상 과세 의지를 꺾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근로소득자는 매년 5월 종합소득을 신고하고 누진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는 현실에서 집을 2~3채 가진 임대소득자에 대해선 분리과세로 낮은 세율을 적용한 건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임대소득이 적은 사람에 대해서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분리과세 카드를 꺼냈는데 임대소득자가 근로소득자보다 과세 혜택을 더 받아야 한다는 기준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리 측면에서도 얻은 게 별로 없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방침이 그대로 유지되면서다. 최근의 전월세난의 주요 원인은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진 탓이다.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품귀 현상을 빚은 전세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렀는데, 정부가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과세 방침을 강행하자 집주인으로선 전세를 놓을 이유가 더 사라진 셈이다.

 

변창흠 교수는 "월세 전환이 이뤄지면서 물량이 적은 전셋값은 계속 오른 점이 전월세난의 핵심이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애초부터 실시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월세와 달리 전세는 집주인 입장에선 일종의 부채 성격을 갖고 있고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둘 경우 이자소득세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과세에 대해선 이중 과세 논란도 있다.


영등포구 M공인중개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하려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아무리 미미한 액수라고 해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집주인이 받은 전세보증금은 세입자에게 언젠가 내줘야 할 부채이며 0% 금리로 빌린 사적 금융의 성격을 갖고 있어 이를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정부가 주택시장 침체를 걱정해 개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분위기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시장이 느끼는 세원노출의 공포가 크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책을 수정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만 볼 수 없다"면서 "다만 궁극적으로 전세는 임대차시장에서 자취를 감춰가는 전환기적 시기인 만큼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자체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좀 더 큰 그림을 갖고 임대차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적 서민주거 안정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명래 교수는 "지금껏 정부는 전월세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임대차시장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전면 실시해 전월세시장의 규모와 거래금액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춘 투명하고 합리적인 과세 방침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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