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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와 조세문제, 홈플러스가 지급한 로열티를 중심으로

(조세금융신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홈플러스그룹이 모회사인 영국 테스코(TESCO)에 2013년도 로열티로 616억원대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들을 참조하면 홈플러스는 통상 영국 테스코 측에 연간 30억원 안팎의 상표사용료를 지급하다 2013년에 갑자기 20배 이상 올라간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였으며,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어 작년에도 6백억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보도1)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홈플러스는 이러한 사용료(로열티) 비중을 높인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테스코가 국내에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로열티를 영국본사로 가져갔다고 하고 있지만, 현행 세법 및 한영 조세조약에 따르면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법인세법에 의하면 외국법인은 상표권이나 유사한 권리를 국내에서 사용하는데 대한 사용료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보고 있고 다만 이중과세 방지협약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2)

그렇다면 조세조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대부분 국가와의 조세조약은 원천징수 세율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로 대동소이한 구조를 갖는다.


즉, 양쪽 국가에서 세금을 중복해서 내는 일을 피하기 위해 기업이나 개인이 거주하는 나라(테스코의 사례에서는 영국)에 세금을 내도록 하되, 다른 나라(테스코 사례에서는 한국)에서 고정사업장을 갖거나 배당, 이자, 사용료를 받거나 특별한 양도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그 다른 나라에서도 원천징수 방식으로 과세를 할 수가 있도록 한다.


영국과의 조약에서는 특허나 상표, 디자인 등의 지식재산권에 대해서는 로열티 총액의 10%를 원천징수 금액3)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법인세법에서도 조세조약에 따른 제한세율을 적용받을 경우의 특례로서 원천징수 절차4)를 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보도된 로열티 금액이 순수 로열티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테스코가 6백억원 가량을 영국으로 가져갔다고 하면 대략 오륙십억원의 법인세를 국세청이 원천징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국에 지급한 세금에 대해서는 영국에서 법인세를 신고할 때 해외납세금액으로 공제받을 수 있다. 한편, 영국도 일부 유럽 국가들과 함께 특허박스로 불리는 로열티 소득에 대한 세금감면 제도를 시행5)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스코가 동 제도를 통해 한국에서 낸 세금을 거의 돌려받을 수 있는 것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으나, 영국의 특허박스 제도는 상표권에 관한 로열티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6) 해당이 없다. 특별한 감면을 받지도 못하는데 법인세율이 20%인 영국으로 가져가야할 이유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상표법적 관점에서 본다면, 국내에서 테스코라는 표시가 ‘홈플러스’에 비해서 적극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아 보이는데 테스코에 거액의 브랜드 사용료를 홈플러스가 지급한 것은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 상표권은 등록된 상표를 등록된 상품이나 서비스에 쓰기 위한 것인데, 테스코라는 명칭으로 등록받은 서비스업에 국내에서 테스코를 사용한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테스코가 무리하게 로열티 비중을 높여 본사에 송금한 이유는 당장 홈플러스의 지분을 처분하거나 배당을 통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즉, 조만간 홈플러스 주식양도를 통한 처분이 예정된 테스코는 비업무용 부동산보유과다 법인7)으로서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율의 적용을 피할 수 있으면서 손쉽고 빠르게 본국으로 현금을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다.


한편 조세피난처는 어떨까. 아일랜드 같은 경우 비거주자이고 고정사업장이 한국에 없는 회사라면 로열티에 대해서는 원천징수가 되지 않는다.8) 더군다나 아일랜드의 경우 최근 지식 박스(Knowledge Box)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5% 수준의 법인세율 적용을 위해 협의를 시도 중이다.


제도가 안착된다면 테스코와 같은 다수의 글로벌기업들이나 제2의 유병언 전 회장이 아일랜드 법인에 상표권을 넘긴 후 국내에서 로열티를 송금 받으려고 할지모를 일이다. 한편, 논란이 많았던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섬의 경우 특례제도의 도입을 통해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 25%를 원천징수하고 추후 확인을 통해 환급9)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로열티 지급과 달리 국내에 등록한 상표나 특허를 판 양도대금에 대해서는 취급 상 차이가 있다. 조세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나라의 경우에는 소득세법이 적용되어 지식재산권의 양도대금도 국내원천소득으로 본다.


그러나 대개 조세조약에서는 사용료 소득은 지식재산권의 사용대가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한 대가만을 원천징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양도소득 원천징수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지 국가(앞의 테스코의 예에서는 영국)만 과세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테스코는 국내에서 보유한 상표권인 TESCO10)에 관한 지분을 조금씩 홈플러스코리아 측에 양도하면서, 상표의 평가금액을 크게 부풀려 대금을 가져가는 방법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큰 실익이 없을지라도 향후 영국의 세법개정에 따라서 또는 아일랜드 같은 국가에 세운 법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원천징수없이 저율의 세율을 누리며 상표지분의 매각금액을 취하는 전략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권 제도가 발전하면서 사용료 소득 뿐 아니라 지분의 매각을 통한 수익화가 자유로워진 반면, 조세조약이 오래 전 체결되면서 법인세법과 달리 사용료 소득에 양도수익이 반영되지 않았던 점이 사용료 수익과 지식재산권 매각대금간의 취급의 차이를 가져오게 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가 세계 여러 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거나 개정할 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각주)

1) 더벨, ‘국회 불려간’ 홈플러스, 테스코에 또 600억 지급

2) 법인세법 제93조제8호. 단서 규정에 불구하고 조약우선의 원칙 상 영국과의 이중과세 방지협약이 적용된다.

3) 한영 이중과세 방지협약 제12조제2항 나목

4) 법인세법 제98조의6 참조

5) 특허박스에 대해서는 전월 발행된 본지 내용 중 필자의 기고문 참조

6) PricewaterhouseCoopers LLP, 2011년 12월 31일

7) 홈플러스의 금년 2월자 감사보고서를 참조하면 비유동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8) 한-아일랜드 이중과세 방지협약 제12조 제1항 내지 제4항

9) 법인세법 제98조의5 제1항 내지 제2항 및 재정경제부 고시 제2006-21호

10) 상표권자는 영국에 소재한 테스코 스토어즈 리미티드로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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