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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명성에 현혹되지 마라

(조세금융신문)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1,500개 중 1,000개 이상의 가맹점을 소유한 브랜드는 전체 가맹 브랜드 수 대비 약 2%인 20여 개가 있다. 소위 유명 브랜드인 이들 또한 폐점률은 평균 10% 이상을 상회한다. 쉽게 말해 1년에 100개가 오픈하면 10개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정부에서 폐점률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은 맹점을 악용하여 폐점 점포 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3년 이내 기한을 정하면 약 40% 이상이 3년 이내 폐업을 한다는 뜻이다. 나 홀로 창업보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프랜차이즈 브랜드 창업이 다소 유리한 것은 맞지만, 경쟁력 있는 지속적인 메뉴 개발과 품질관리가 되지 않는 업체를 잘못 선택한다면 시쳇말로 도찐개찐인 셈이다.


브랜드를 띄우기 위해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을 광고 모델로 쓰거나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여 오픈만 하면 성공할 듯 보이지만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매장 수는 다소적어도,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지 않더라도 숨어있는 보석 같은 업체는 의외로 많다.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공개서에 명시된 각종 재무적 지표, 특히 자본금과 부채비율, 연도별 매출 및 신규매장 수 증감 현황과 당기순이익 변동표를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이러한 경영지표 비교 뿐 아니라 실제 경영주와 등기 임원의 이력도 살펴봐야 한다. 결국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경영진의 능력과 도덕성이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입점매장별 상권 보호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본사에서 물류 이익구조를 어떻게 가져가고 있는지, 매출대비 식자재 구성비율은 얼마인지에 대한 점검도 필수적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메뉴개발실 인력 수도 중요하며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아이템, 즉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매년 유행병처럼 마케팅의 힘으로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지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알 것이다. 외식업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될 수는 없다. 브랜드의 명성보다, 브랜드의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디테일이 강한 기업을 찾는 것이다.


일부 연예인들이 인기에 힘입어 이름만 빌려주고 프랜차이즈 업체를 홍보하거나 심지어는 오너 행세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들의 인기가 급강하하거나 음주, 도박, 성추행 등의 비도덕적인 사건에 연루되기라도 하면 바로 가맹점 영업에 타격을 주어 하루아침에 폐업을 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따라서 이들의 인기를 믿고 전 재산을 털어넣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본인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옥석을 가려야 한다.


폐업 리스크를 줄이는 체크리스트

어떤 기준으로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우리나라에 수없이 많은 식당이 있지만 전체 식당 수 대비 한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70%가 넘는다. 그만큼 한식은 늘 우리가 편안하게 접하는 음식이고, 입점 위치에 따른 제약도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다. 일본에서 대박 난 우동전문점이 하나같이 한국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우동은 간식이지 주식이 아니기에 영업회전율이 나오지 않아 지속적인 영업상승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첫 번째,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권리금, 보증금, 임대료가 입지에 대한 제약을 덜 받는 한식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커피숍, 베이커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전문 업종에 비해 덜 위험하다. 또한 영업이 부진할 때 메뉴를 변경하기 쉬워 최악의 경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두 번째, 사계절 영업이 가능해야 한다. 2014년을 휩쓸고 지나간 팥빙수전문점은 유사 브랜드가 30여 개가 넘을 정도로 창업시장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지금은 폐업하는 망치질 소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소위 반짝 아이템인 것이다.


세 번째, 성별이나 연령별 호불호가 강한 아이템은 피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메뉴군으로는 고객 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되도록 전 연령층에서 선호하고 남녀가 공히 좋아하는 메뉴로 승부해야 한다.


네 번째, 식사시간대가 광범위한 업종이 좋다. 돈가스전문점이나 양식집의 경우 새벽이나 아침부터 이용할 수 없고, 고깃집도 저녁 한 타임만 반짝한다. 물론 인건비나 운영경비 등을 고려하여 정확한 타깃을 정해 저녁 장사에만 집중할 수도 있겠으나 아침, 점심, 저녁 시간 언제나 고객이 이용가능한 메뉴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 주방장 의존도가 높거나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이 가능하려면 메뉴가 단순해야 하며, 전문기술보다는 대중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아이템이 좋다.


여섯 번째,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은 철저히 피해야 한다. 식당업은 한때 스치듯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아이템이어야 한다. 안동찜닭, 닭강정, 스몰비어, 빙수카페, 요구르트전문점 등 매년 창업자를 울리고 사라지는 반짝 아이템보다는 어떤 변화에도 민감하지 않는 스테디셀러 메뉴를 잘 선택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일곱 번째, 판매가격대 혹은 1인당 지불할 수 있는 소위 객단가(客單價)가 1만 원 미만이어야 한다. 외식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도 가장 호황을 누리는 식당은 객단가 7,000~8,000원 수준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덟 번째, 초기 창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템은 피해야 한다. 크게 투자해 많이 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외식업은 대부분 임대를 하여 창업하고 임대기간이 짧기 때문에 투자비가 많으면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만약 창업비용이 3억이라면 모든 비용과 세금을 공제하고 한 달에 1,000만 원을 번다 해도 30개월이 지나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경쟁구도 속에서 월 1,000만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업종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눈에 보이는 이익금보다 많이 남길 수 있다는 이익률에 현혹되기보다 얼마만에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부터 우선 따져봐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여덟 번째까지 업종 선택 기준은 대박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최소한 창업을 하려 할 때 폐업리스크를 줄이는 절대적인 체크포인트이다. 이런 기준에 맞는 메뉴와 업종이 어디에 있느냐 반문하겠지만, 그래서 식당으로 성공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끊임없이 점검하고 탐구하고 연구해야 한다. 전문가와 상담하고 성공과 실패 사례도 꾸준히 탐색해야 한다.성공도 중요하지만 실패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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