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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금융 태동기 순수한 지식재산금융으로 거듭나야

(조세금융신문) 근래에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과 관련된 금융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19세기 이전에는 특허권을 비롯한 IP를 자연인인 개인의 인격과 분리하여 이를 남에게 활용하게 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용도로 제공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IP도 다른 유무형의 재산과 마찬가지로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정리되고 또한 IP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활용하게 하는 것이 허용된 마당에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것을 막을 이유도 없게 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질권1)설정을 통한 담보제공도 허용되었다.


그리고 근래에는 IP자체를 담보로 하여 대출을 실행하는 전통적 모델 외에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투자자와 자금 및 기술수요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IP의 가치를 기초로 하여 소요자금 지원을 보증하는 비즈니스도 태동하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IP금융과 기술금융이 종종 함께 쓰이면서 혼동을 일으키는 점이다. 기술금융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신용으로 환산하여 그 가치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기술보증기금, 한국기업데이터, NICE평가정보 등 기술평가기관(TCB)이 기술신용평가를 진행하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의 수준을 단계별 등급으로 분류하며, 어떤 면에서는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른 금융거래 형식과 유사한 점이 있다.


기술금융은 결국 기술력 측면을 다소 또는 상당히 반영하는 방법론과 기준을 통해 종국적으로는 ‘신용평가’를 하여 대출을 포함하는 자금공급에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신용평가의 과정에 있어서 특허나 실용신안 또는 저작권이나 상표 등 IP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기술력의 평가항목에 있어서 얼마나 강력한 IP인지와 등록여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2)


그러나 IP금융은 순수하게 IP의 재산적 가치를 근거로 자금을 공급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대표자의 약력이나 재무상태, 매출 및 영업권 등의 지표가 훌륭하지 않더라도 강력한 특허권을 가진 경우를 상정해보자. 이 경우 기술금융을 통한 자금융통은 쉽지 않겠지만, IP금융을 통한 자금융통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IP금융에 관한 체제가 정비되었는지를 알아보자면, IP에 대해 언제부터 질권을 설정한 뒤 원부에 질권 설정 사실을 등록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2년 시행 당시의 특허법3)에서도 특허에 관한 등록 사항으로 질권이 특허권의 이전이나 상속 등과 함께 등록사항으로 되어 있다.


6.25 이전까지의 국내 대부분의 법령들이 그 당시 일본의 법령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해방 이전에도 제도적으로 특허권을 비롯한 IP를 담보로 제공하고 질권을 설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IP금융의 역사는 상당히 길지만, 상당기간 활발히 활용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IP금융이 장기간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은 타인의 IP를 존중하지 않는 비즈니스 문화나 제3자의 IP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너무 낮게 보는 사법부의 태도와 같은 환경, 등록을 받아도 쉽게 무효가 되는 IP에 대한 신뢰부족 등의 원인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IP금융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공공부문에서도 그간 많은 시도와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정부가 주도하여 태동시킨 지식재산관리전문회사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주)의 자회사인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주)을 통해 재무적투자자와 IP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여 수익을 발생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다.


즉,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주)이 운용하는 특별자산펀드를 통해 IP의 수요자 또는 침해자와의 라이센싱 협상이나 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IP공급자와 재무적투자자에게 분배하는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형태는 IP의 종류나 기술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변형될 수 있다.


또한, 신용보증기금에서는 IP보증사업을 통해 IP를 개발하거나 제3자로부터 이전받는데 필요한 자금, 또는 IP의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보증상품을 출시한 바있으며, 기술보증기금에서는 IP 자체가 아닌 라이센싱계약을 기초로 하는 보증을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 5백억 원씩 투자하여 한국형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만들고 이를 통해 IP금융도 함께 추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4)


IP 자체를 우선투자대상으로 한다고 하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출사표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해당 NPE의 정체성이 국내기업의 보호인지 아니면 수익화인지, 또는 IP의 사업화인지 순수하게 기술금융인지 목표들 간에 상충하는 점이 있어 다소 우려가 있다.


수익화를 하고자 한다면 국내환경이 어려우니 IP가 비교적 잘 보호되는 미국과 같은 국가에 IP를 갖고 나가서 잠재적 침해자와 싸움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국내 기업의 보호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모델이 과연 IP자체를 담보로 하는 금융과 어떻게 연관될 것인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주도의 NPE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가 다년 간 사업을 해왔지만, 잦은 수장교체와 사업방향의 변경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창조경제와 IP금융의 실적에 메말라 눈치 보며 회사를 만드는 시늉을 하고, 시중 모은행의 사례에서 보듯 기존 대출 실적을 기술금융으로 포장만 그럴싸하게 만드는 방향이 아니라 진정한 IP금융을 꾸준히 추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IP금융을 활성화하기로 하였으면 정권의 교체와 관계없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동시에 IP의 가치 증대를 위한 입법적 활동도 전개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IP금융도 다른 증권과 마찬가지로 널리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한 유동화나 IP를 기초로 하는 ETF가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각주)

1) 질권은 원래 유체물(특히 동산)에 대하여 인정된 제도이나, 재산적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담보물권으로서 채권, 주식이나 특허권 같은 재산권에도 성립한다. 재산적 권리에 대한 경우를 특별히 권리질권으로 칭한다.

2) 그리고 이러한 평가항목에 관한 배점이나 구체적인 방법론 등은 당연히 평가기관(TCB)마다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그 영향도나 결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3) 법률 제238호, 1952.4.13. 시행

4) ‘한국형 특허괴물 시작은 하는데…’, 비즈니스워치, 2015.06.29.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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