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국내 은행들은 2019년 이후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채 급증을 배경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역시 작년과 유사한 약 60조 원 규모의 이자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대출을 제외한 민간부채(중소기업대출, 사업자대출, 가계대출 포함) 잔액은 2019년 2,985조원에서 2025년 상반기 4,204조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대출 증가분만 1,219조원에 달한다.
이자이익 기준으로 2019년을 상회하는 초과 이자이익의 누적 규모를 추산하면 약 77조 원에 이른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 대출이 늘어날수록 은행의 이자이익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이른바 ‘팬데믹 이자이익’ 구조가 사실상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시중은행들의 영업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산금리 축소나 우대금리 확대를 통해 차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보다는, 금리 인상 국면을 활용해 이자이익 극대화에 집중해 왔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금리의 사회적 책임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은행 직원들의 보수 수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은행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5대 시중은행 임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1억 1,542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올해 상반기 자료를 보면, 4대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는 6,350만원 수준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올해 평균 연봉은 약 1억 2,7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역시 은행권이 작년과 유사한 수준의 이자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이익은 연말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노동조합은 통상임금의 300% 안팎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경기 충격 이후 국내 은행들이 공공성과 시장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NH농협은행 노동조합이 연말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보기 드문 은행권 총파업 가능성이 성과급 협상을 둘러싸고 제기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2023년 1억 1,069만원, 2024년 1억 1,478만원으로 주요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명예퇴직자에게는 3억 원 이상의 희망퇴직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말 성과급 논란이 NH농협은행을 넘어 국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NH농협은행의 한 직원은 “총파업이 사회적으로 부담스럽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이자이익의 원천이 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높은 금리 부담 속에서 대출로 임대료와 운영비를 돌려막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민생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은행의 성과급 규모가 확대되는 구조에 대해 사회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NH농협은행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계기로 은행권의 이자장사 관행과 초과 이자이익 구조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경기 침체 국면에서 초과 이자이익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완화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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