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중동·중앙아시아를 전격 방문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 보루인 원유와 나프타 물량을 대거 확보하며 귀국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 국내 경제 가동을 위한 최소 3개월 치의 '실탄'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강 실장은 15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올해 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의 도입을 확정했다"며 "이는 지난해 소비량 기준으로 별도 비상조치 없이 경제가 정상 운영되는 상황에서 석 달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이라고 발표했다.
◇ ‘호르무즈 리스크’ 우회…사우디·오만서 대체선 확보
이번 특사 활동의 최대 성과는 지정학적 화약고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우회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강 실장은 "확보된 물량은 해협 봉쇄와 관계없는 대체 공급선을 통해 도입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홍해 측 대체 항만을 통해 2억 배럴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오만과 카자흐스탄에서도 각각 500만 배럴, 1,800만 배럴의 확답을 받았다. 특히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린 석유화학 업계를 위해 나프타 210만 톤(한 달 치 수입량)을 추가 확보한 것도 가시적인 성과로 꼽힌다.
강 실장은 "지금은 돈이 있어도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가격을 베이스로 협상을 진행해 실질적인 수급 안정화 기여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 "수출보다 내수"…에너지 절약 기조는 유지
정부는 확보된 물량을 바탕으로 '내수 우선 공급' 원칙을 명확히 했다. 강 실장은 "국내 석유화학 공장에서 정제된 나프타와 원유의 수출 물량을 통제하고, 국내에 우선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외 수출 실적보다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급망 확보와는 별개로 고강도 수요 관리 정책은 당분간 지속된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공영주차장 5부제 등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강 실장은 "전방위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국민적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단기 물량 확보를 넘어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협력 체계도 논의했다. 오만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 통과 협조를 확답받았으며, 카타르와는 LNG(액화천연가스) 최우선 공급 약속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산유국들과 호르무즈 외곽 저장시설 구축 및 우회 송유관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강 실장은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 내 원유 저장시설을 활용하는 '공동 비축사업' 확대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향후 에너지 허브로서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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